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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석 에베레스트 남서벽 원정대 1信/ 추석날 탕보체 도착… "18일 베이스캠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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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석 에베레스트 남서벽 원정대 1信/ 추석날 탕보체 도착… "18일 베이스캠프로"

입력
2008.09.17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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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으로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처음부터 뜻하지 않은 장애물들이 첩첩이다. 지난 2일 네팔로 떠났던 '박영석 에베레스트 남서벽 원정대' 10명이 16일 출발 보름 만에 베이스캠프를 눈앞에 두고 1신을 보내왔다. 계속된 기상 악화로 네팔 내 국내선 비행기 운항이 지연되는 바람에 예정됐던 일정이 일주일 가량이나 늦어졌다.

3일 네팔 카트만두에 도착한 원정대는 짐을 꾸려 곧바로 루크라(해발 2,840m)까지 국내선 항공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여름 몬순이 길어져 항공편 결항이 지속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대원들은 매일 새벽 5시 공항까지 짐을 싣고 가 대기했지만 결항과 좌석 부족 등 탓에 짐을 다시 싸들고 숙소로 되돌아오기를 몇 차례나 반복했다. 한 번은 가까스로 비행기에 짐을 실어 보냈지만, 루크라 현지 기상이 좋지 않아 비행기가 회항하기도 했다.

7일과 8일 진재창 부대장과 강기석, 송준교, 이형모 대원 등 4명이 우선 루크라로 가는 비행기 탑승에 성공, 1차로 짐을 수송하기 시작했다.

루크라에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60m)까지 교통수단은 오로지 대원들의 튼튼한 다리 뿐. 자동차는 물론 오토바이, 수레 등 바퀴 달린 것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커다란 짐의 수송은 전문 포터나 야크, 좁교 등 고산 동물이 맡는다.

9일에는 이 짐을 싣고 가던 야크부대에서 긴급한 소식이 전해졌다. 산소통 16개를 실은 야크 한 마리가 발을 헛디뎌 강으로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산소통은 설산 등정의 대원들에겐 생명줄. 대원들은 허탈해졌다.

오후가 되자 급류에 휩쓸린 야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산소통 12개를 찾아냈다는 연락이 날아왔다. 천만다행이었다. 원정대는 액땜한 셈 치고 "제대로 된 제물을 바쳤으니 이제 좋은 일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서로를 위로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박영석 대장 등 본대가 루크라에 도착한 10일, 원정대는 본격 캐러밴을 시작했다. 그런데 루크라의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가 또 발목을 붙들었다. 짐을 수송하는 야크 비용 뿐 아니라 롯지에서의 숙박비도 급등했다.

750루피(약 1만원) 하던 닭 한 마리 값이 1,500루피로 2배나 올랐다. 얼마 전 비행기가 2주 가량 결항됐을 때는 루크라에 발이 묶인 트레커들이 신발과 재킷을 팔아가며 하루하루를 연명했다고 했다.

팍딩(2,610m), 남체(3,440m) 등을 거쳐 에베레스트로 한 발 두 발 오른 원정대는 추석날인 14일 탕보체(3,860m)에 이르렀다. 지난해 사고로 숨진 고 오희준, 이현조 대원의 추모비 앞에서 제를 올렸다. 이번 원정은 이 두 산악인을 기리는 헌정등반이다. 입술을 꽉 다문 대원들은 숙연한 분위기에서 다시 굳은 각오를 다졌다.

해발 4,270m의 페리체에서 고소 적응기간을 보내고 있는 대원들은 18일 드디어 베이스캠프에 입성, 본격 등정 준비에 나선다.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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