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미 4위 투자은행(IB)인 리먼 브러더스의 구조요청을 끝내 외면했다. 3월 미 5위 투자은행이었던 베어스턴스가 파산 위기에 몰리자 FRB가 나서 29억달러(약 2조 9,000억원)를 긴급 지원하고 JP모건이 인수토록 막후 중재한 것과는 대조적인 정책이었다.
이 달 초 국책 모기지 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위기 때는 미 정부가 2,000억 달러(약 200조원)의 지원과 국유화 방침을 발표, 발 빠르게 사태 수습에 나섰었다.
미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리먼 브러더스 사태는 미 정부가 앞으로 민간 부문의 금융 위기를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리먼 브러더스 위기설이 퍼지던 12일 미 뉴욕 FRB 본부 사무실에 30명의 월스트리트 최고경영자(CEO)들을 소집했다. 벤 버냉키 FRB 의장,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배석한 자리에서 폴슨 장관은 "금융기관들은 방만한 모기기 운영 등 자신들이 초래한 위기를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구제금융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정부 지원을 내심 기대하며 리먼 브러더스 인수를 검토하던 월스트리트 CEO들은 인수 의향을 접었고 사흘 뒤인 15일 리먼 브러더스는 파산 보호 신청을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폴슨 장관은 미 정부가 리먼 브러더스를 지원할 경우 월스트리트에 '정부가 종국에는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보내고 미국의 경제 시스템 전반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음을 우려했다"며 "유동성 위기에 빠진 자동차 업계도 정부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상황에서 형평성 문제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CNBC방송은 "FRB가 AIG의 400억달러 규모의 브릿지론(무담보 단기 대출) 요청을 거부하는 대신에 민간 금융기관인 골드만삭스와 JP모건에 AIG 지원용으로 700억~750억달러를 조성할 것을 종용했다"며 "미 당국이 AIG 사태에 대해서도 시장 자율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먼 브러더스를 '죽음의 길'로 내몰더라도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미 정부가 판단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CNN머니닷컴은 정부정책 연구기관인 스탠포드그룹 애널리스트 제렛 새이버그의 말을 인용, "3월만 해도 미 정부는 금융업계가 베어스턴스 파산의 후폭풍을 극복할만한 체제를 갖추지 않았다고 판단, 베어스턴스 지원에 나섰다"며 "현재 미 정부는 시장이 면역성을 키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도 15일 "미국 경제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견뎌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건강하다"며 "당분간 어려움이 예견되지만 장기적으로 상황은 나아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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