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학자 민경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는 지난 10년 간의 한국 오페라 상황을 분석하다 깜짝 놀랐다.
"연간 오페라 공연 회수가 200회에 이르고, 전국에 오페라단이 약 100개나 되더군요. 정말 놀랐습니다. 오페라는 서울에서나 볼 수 있던 것인데, 최근 들어 그 많은 공연의 절반 가량이 지방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고요."
올해는 한국에서 오페라 공연이 시작된 지 60년이 되는 해다. 1948년 1월 조선오페라협회가 명동 시공관 무대에 올린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를 기점으로 본다.
민 교수는 한국 오페라 6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박수길ㆍ성악가)의 의뢰로 1998년부터 2007년까지의 한국 오페라 10년사를 정리했다. 그 이전의 50년사는 작고한 음악평론가 한상우가 집필해 1998년 책으로 나왔다.
민 교수는 지난 10년간 한국 오페라가 양과 질의 면에서 모두 크게 성장했다고 말한다.
"특히 질적인 면에서 가장 바람직한 변화는 레퍼토리의 다양화입니다. 베르디, 푸치니 등 근대 이탈리아 오페라에 주로 머물던 데서 벗어나 러시아와 독일 오페라, 바로크와 현대 오페라, 국내 창작 오페라까지 영역이 넓어져 관객의 선택권이 그만큼 커졌지요."
창작 오페라의 활성화와 세계화도 두드러진 현상이다. 민 교수는 대부분 한 번 공연에 그치던 창작 오페라가 최근에는 재공연을 거듭하며 완성도를 높이는 한편 이영조의 '황진이', 임준희의 '천생연분'처럼 해외로 나가 호평받는 작품이 점차 늘고 있음을 확인했다.
반면 신생 오페라단의 난립에 따른 질적인 저하, 정부나 지자체가 주는 지원금을 노린 졸속 공연, 제작의 영세성과 낮은 자립도, 아마추어 수준의 마케팅 등은 한국 오페라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주는 문제점이다.
그 중에도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로 민 교수는 오페라단 운영의 민주화, 전문화를 꼽는다. "국내 오페라사 초기엔 성악가가 제작ㆍ연출ㆍ출연을 도맡는 방식이 어느 정도 불가피했겠지만, 지금은 달라요. 단장 중심의 1인 운영 체제로는 오페라를 제대로 만들기 어렵죠."
한국 오페라 6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는 21일 한국 오페라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점검하는 심포지엄(오후2시ㆍ예술의전당 서예관)과, 성악가들의 기념 갈라 콘서트(오후7시ㆍ예술의전당 콘서트홀)로 환갑을 축하한다. 민 교수가 분석한 내용은 이날 책으로 나올 예정이다.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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