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쇼크가 미국을 위시한 전세계에 드리운 경기 침체의 골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의 몰락이 몰고 온 충격파는 월스트리트(금융시장)를 넘어 미국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에 까지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2분기 반짝 호조세에서 하강 국면으로 향하던 미국 경제에 월가 악재의 파고까지 덮친 격이다.
아직 리먼 파산과 메릴린치 매각이라는 승부수의 성패를 가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월가 쇼크가 제대로 수습되지 못할 경우 증시 침체, 달러 가치 하락 등 금융시장 침체는 투자위축과 생산 저하, 고용 감소 등 실물 부문의 둔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미 경제 침체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금리동결에 무게를 싣던 미 이코노미스트들도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인하 전망을 내놓는 등 금융시장에서는 거세게 금리인하를 압박했다.
경기 하강이 가시화하는 국면에서 금융 위기마저 덮친 이상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선제적인 금리인하 대응이 필요해졌다는 이유에서다.
브라이언 베듄 글로벌인사이트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미국 경제는 약해질대로 약해져 있었다"며 "불황이 문을 두드리고 있고 금융시스템이 새로운 위기에 봉착한 지금은 비상 상황이며 FRB의 공격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15일 발표된 8월 산업생산은 전달 대비 1.1%나 감소, 3년 전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특히 자동차 생산은 11.9%나 급감하며 10년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주택가격 하락, 신용시장 악화, 실업 증가 등이 소비지출과 생산지출을 동시에 위축시키면서, 산업생산 감소세가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고용시장도 악화일로다. 올들어 일자리가 60만5,000개나 줄었고, 실업률은 지난해말 5.0%에서 지난 8월에는 6.1%로 높아졌다.
파산한 리먼브러더스 전체 직원의 75%가 넘는 2만여명이 이 길거리로 내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등 월가에 해고 바람이 불어닥칠 것이고, 이런 와중에 휴렛팩커드도 2만5,000명 감원을 발표했다.
경기부양책 효과로 2분기 3.3%의 성장률을 보였던 미국 경제는 반짝 상승이후 본격적인 하강을 앞두고 있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코노미스트 51명을 설문조사해 '4분기 미 경제성장률은 평균 0.7%'로 전망했다. 비관론자들은 3분기에는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고 4분기에는 마이너스로 추락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유럽 일본 등에 상대적으로 괜찮았던 미국 경제마저도 4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등 침체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며 "월가 쇼크로 금융시장의 회복이나 하강 국면의 미국 경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미국의 경기 침체는 글로벌 경기 침체를 더욱 심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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