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공황과 세계대전도 견뎌내며 최근까지 세계시장을 주름잡던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맥 없이 무너진 직접적 원인은 미국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연관 파생상품에서의 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IB들은 느슨한 규제 속에서 주로 환매조건부채권 시장을 활용해 다양한 채권을 유동화시키는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 파생상품 시장 부흥을 이끌었다. 하지만 돈을 빌리기 위해 단기 담보를 설정해야 하는 환매조건부채권 시장의 특성상 유동성이 한번 경색되면 도미노처럼 위기가 번진다는 것이 문제였다. 게다가 미국 주택시장 침체가 예상보다 더 심화되면서 이들의 증권 가치는 휴지 조각으로 변했고 유동성도 꽉 막혀 결국 IB들이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파생상품은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어 실제 위험도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이 큰 문제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AAA' 신용등급의 부채담보부증권에 투자했다가 작년 한해에만 무려 120억달러의 손실을 입은 스위스 금융기업 UBS 사례를 소개했다. UBS가 안전자산에 투자했지만 엄청난 손실을 입은 이유는 소위 '거미줄 파생상품'의 덫에 빠졌기 때문이다.
예컨대 A씨가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모기지 은행은 이를 묶어 주택저당채권(MBS)으로 전환하고 IB는 이를 다시 자산담보부증권(CDO)으로 만들어 헤지펀드나 다른 IB에게 판매하기 때문에 최종 투자자가 자신이 구매한 금융상품의 궁극적인 채무자를 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 결국 IB들은 신용평가기관에만 의존, 담보가치를 평가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부실화할 때까지 문제가 외부에 일절 노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나중에는 글로벌 IB들도 무너뜨렸다는 분석이다.
문준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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