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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곡 음반 낸 가야금 연주자 곽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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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곡 음반 낸 가야금 연주자 곽수은

입력
2008.09.17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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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연주자 곽수은(39)씨는 1년 전만 해도 작곡을 하리라곤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했다. 작곡부터 연주와 녹음까지 8개월 만에 일사천리로 마쳐 음반을 냈다.

'가야금이 있는 풍경'이라는 이름으로 국악 레이블 조율에서 나온 이 CD는 '우조 가락 도드리를 위한 변주곡' '나비의 꿈' 등 가야금 독주 2곡과, 가야금 가락에 대금이나 타악, 첼로, 차임을 얌전하게 얹은 6곡을 담고 있다. 모두 25현 가야금으로 연주했다.

작곡과 연주의 분리가 일반적인 요즘의 음악 풍경에 비추면 이례적인 일이다. 국악 쪽에서는 거문고의 정대석, 해금의 김영재 등이 직접 만든 곡을 발표해 왔지만, 가야금 연주자가 작곡 음반을 내기는 30년 전 황병기의 '침향무'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국악FM이 주관한 창작곡 공모 '21세기 한국음악 프로젝트'에서 '나비의 꿈'으로 입상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대회의 음악감독인 작곡가 류형선씨가 그에게 작곡을 해보라고 권한 것. 작곡을 정식으로 공부한 적이 없어 망설였지만, 악기를 가장 잘 아는 연주자가 직접 곡을 쓰면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겠냐, 눈치보지 말고 써보라는 류 감독의 격려에 용기를 냈다.

"엄두도 못 내던 일이죠, 작곡은. 황병기 명인 정도 돼야 하는 거지 어떻게 감히…. 그런데 해보니까 정말 재미있어요. 음악이 머리 속에서 막 쏟아져 곡을 아주 빠르게 지었죠. 겁 없이 해보긴 했는데, 작곡가들이 보기에 어떨지 걱정스럽네요."

염려와 달리 그를 부추긴 류형선씨는 완성된 곡을 보고 감탄했다. 앞으로 가야금 독주곡 쓸 일 있으면 전부 그에게 넘기리라 작정했다.

음반을 들어보면 과연 물 흐르는 듯한 자연스러움이 연주자만이 써낼 수 있는 손맛을 담고 있다. 논리가 앞서는 작곡가의 작품과 달리 연주자의 감성이 살아 있어 가슴에 와 닿는다. 숨 쉬듯 편안하면서도 진지한 음악들이다.

가야금 음악의 대표적 레퍼토리인 산조는 연주자가 직접 짠 가락이다. 곽씨의 작업은 연주와 작곡이 따로 놀지 않던 옛 전통의 부활이라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다.

"작곡가가 써준 곡을 연주할 때는 악보에 표시된 대로 최대한 표현하려고 애쓸 뿐 작품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힘든데, 직접 써서 연주하니 온전히 내 것이 되더군요. 일단 가야금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 아닐까 합니다.

산조를 했기 때문에 작곡이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산조가 지닌 즉흥성과 자유로움이야말로 창작의 기본이니까요. 작곡을 하면서 산조의 느낌과 음 조직을 반영하려고 애썼습니다."

곽씨는 자신의 작업을 계기로 작곡을 하는 연주자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그래야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음악이 늘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음반의 곡들로 27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독주회를 한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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