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의 한 교회에서 결혼식을 마친 뒤 웨딩카에 오르려던 신부 박모(29)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항공권과 축의금 600여만원이 든 가방이 감쪽같이 사라졌던 것. 차 안과 식장 안팎을 샅샅이 뒤졌지만 허사, 결국 박씨는 평생에 한 번 뿐인 신혼여행을 떠나지 못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12일 수도권 일대 결혼식장을 돌며 15차례에 걸쳐 3,100만원 상당의 금품이 든 신혼여행 가방을 턴 황 모(29ㆍ여)씨에 대해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황씨의 '작전'은 치밀했다. 훔친 명품 가방 등으로 치장해 신부의 친구 행세를 하며 하객들과 안면을 튼 뒤 기념사진 촬영 등 어수선한 틈을 타 웨딩카 열쇠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접근, "차에서 급히 가져올 게 있다"며 열쇠를 받아낸 것. 황씨는 "신부 친구들이 학교, 직장 등 다양해 '연기'만 잘 하면 친구로 속이기 쉬웠다"고 말했다.
수차례 상습절도 전력을 지닌 황씨는 올 2월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다시 범죄행각을 벌이다 한 교회 CCTV에 찍혀 덜미가 잡혔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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