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 '떡을 점잖게 이르는 말'이 '편'이라 했으니, '송(松)편'은 '솔 떡' 정도가 될 것이다. 원래 송편은 중화절(음력 2월 초하룻날) 음식이었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정월대보름 대문 장대에 매달아 놓았던 쌀로 조그만 떡을 빚어 머슴들에게 나이 수대로 나눠주면서 한 해 농사에 힘써 줄 것을 부탁하는 특식이었다. 보름씩 야외에 묵혔던 쌀이니 머슴들에게 먹이지만 배탈은 막아야 했다. 식물의 자체 살균성분인 피톤치드(phytoncide)가 솔잎에 유난히 많이 함유돼 있음은 최근에야 밝혀졌다. 음력 2월이면 쓸 만한 식물이라곤 소나무 뿐이기도 했고.
■고려시대 이후 송편에 팥 깨 콩 밤 등의 다양한 곡식이 들어가면서 수확기인 추석에 더 유행했나 보다. 송편을 나이 수만큼 먹이는 내막도 그럴 듯하다. 과년한 남녀가 심히 내외하던 시절에도, 밥상머리만 훔쳐보면 나이를 짐작할 수 있었겠다. 빚은 송편의 모양으로 배우자의 외모를 가늠하고, 한 입 깨문 송편에 붙어 있는 솔잎의 방향을 보고 나중에 낳을 자식의 성별까지 점쳤다니 남녀간 결실과 연관된 얘기들이 많이 걸려 있었다. 동그란 반죽이 속을 채워 오히려 반쪽 모양이 되니 '태어나 성장하여 짝을 찾는 반려(半侶)'의 의미와 흡사하다.
■그런 송편을 잘 빚어 잘 먹고 온 후유증이 '나이만큼 먹어 생긴 소화불량'이 아니라, 다른 반쪽과 헤어지고 싶어 '이혼을 고려 중'이라니 씁쓸하다. 법원에 접수된 지난해 이혼신청 통계를 보면 유난히 3월과 10월이 많았고, 굳이 이유를 찾아보니 설날 이후와 추석 이후라는 시기였다. 사유를 훑어본 관계자들에 의하면 3월보다도 10월에 이혼신청이 많은데, 설날보다 추석 때 '친지간 대화'가 더 활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처가나 시댁 방문의 선후와 유무 논쟁부터, 올케 시누이 처남 동서 사이에 있었던 말의 기억까지 스트레스를 팍팍 받았던 듯하다.
■승용차에 탄 부부의 표정을 보면 고향으로 가는 차인지, 고향에서 오는 차인지 금세 알 수 있다고 한다. 형제 자매의 가족들이 모이면 여자는 일만 하고 남자는 놀기만 하는 모양은 많이 순화됐다. 그런데도 10월의 이혼신청 건수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평소 소통이 부족했던 것이 큰 원인이겠지만,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절실한 겸손함이 아쉽다. "당신네 식구들 참 잘났어"하는 심사가 부부간 갈등의 출발인 경우가 많지 않던가. 그러고 보니 부족한 듯 채워줘야 할 반달모양의 송편 대신 제 잘난 멋을 한껏 자랑하는 동그란 송편이 많아졌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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