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머리를 숙인 채 실력을 키우고, 러시아는 머리를 쳐든 채 거칠게 자신을 존중해달라고 외친다. 미국은 지금도 독야청청하지만 앞으로도 50년간은 끄떡없을 것이다."
예지력을 겸비한 지도자로 이름 난 리콴유(李光耀ㆍ85) 싱가포르 고문장관이 1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포브스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포럼에서 미ㆍ중ㆍ러 3국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聯合早報)에 따르면 리 고문장관은 이 포럼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리 장관은 "모든 일을 순서에 따라 또박또박 실행중인 중국은 누구도 경시할 수 없는 나라가 됐지만 남을 위협하지 않고 낮은 톤의 목소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오래 지속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지도자들은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화교 국가들의 발전 경험을 토대로 성장전략을 펴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투자를 촉진하고 정보통신 등 모든 방면에서 발전을 이뤄야 하는데 왜 성가신 일을 일부러 만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중국은 속으로 인내하는 가운데 기존 강국들을 차례로 추월할 뿐"이라며 "이로 인해 50년 후 세상은 바뀌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50년 후 15억의 인구를 갖게 될 중국은 전국 범위에서 수준이 골고루 향상되는 것은 물론 교육, 생활 등의 측면에서 미국의 절반 수준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리 내각장관의 예측이다.
반면 리 내각장관은 "난폭하게 자신을 존중해달라고 윽박지르는 러시아는 자기 민족 구성원이 있는 곳이라면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한다"며 남오세티아 문제에 대한 러시아측의 태도를 꼬집었다. 러시아는 게임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리 내각장관은 "두 나라에 대한 이런 평가는 내 사견일 뿐"이라며 "어느 것이 우수한 전략인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미국의 쇠퇴를 예상하는 시각에는 정면 반박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미국이 제국의 촉수를 과도하게 뻗쳐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하지만 이는 잘못된 예측"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은 정보통신(IT)혁명에서 목격할 수 있듯 수 차례 자신을 혁신하는 능력을 보여주었고 유럽처럼 과도한 사회보장의 부담도 지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30~40년 아니 50년 동안 미국은 경제와 과학을 선도하면서 세계의 주역으로 활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50년 후에도 미국이 유일 초강대국으로 남을지는 알 수 없다며 물음표를 남겼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리 내각장관이 중국 개혁 개방의 설계자 덩샤오핑(鄧小平)과 절친했고 현재에도 중국지도부와 깊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평가가 중국에 기운 것일 수 있다"며 "그러나 동시에 중국 지도부의 속내를 잘 읽고 내린 평가라는 점에서 새겨야 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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