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보컬리스트 웅산(본명 김은영ㆍ35)에게 가을 바람은 인생의 전기를 알려주는 전령과도 같았다. 열일곱살의 가을 밤바람에 눈이 트여 산으로 들어가 2년 동안 비구니 생활을 했던 그. 하산한 후 처연한 빌리 홀리데이의 '아임 어 풀 투 원트 유'를 듣고 가을 바람과 닮은 재즈의 세상으로 몸을 던진 웅산. 가을의 한가운데인 17일 4번째 앨범 '폴링 인 러브'를 내놓는 그에게 재즈를 물었다.
"저희 집을 아시는 분들은 제 비구니 경력을 이해하세요. 워낙 불교 분위기였고 집안에 스님도 많아서 제 어렸을 적 꿈이 종교인 아니면 뮤지션이었죠. 그런 의미에서 전 꿈을 이룬 것 같아요. 그럼 왜 산을 떠났냐고요? 선방에서 경을 외어야 하는데 노래를 읊조리고 있더라고요. 이대로 수행을 한다면 미련이 남겠다 싶어서 세상으로 돌아왔어요. 스무살도 되기 전이죠."
웅산은 그의 비구니 시절 법명이다. 종교적 경험과 흔적이 물씬 남은 이름으로 재즈를 부르는 그는 사실 록 마니아였다. 스님과 로커, 그리고 재즈 보컬리스트. 안 닮아 보이는 단어들이지만 웅산의 설명은 쉽게 연결고리를 찾아준다.
"산에서 내려오면서 결심했죠. 대학을 가서 가장 멋있는 음악서클에 가입하고 그 서클의 가장 잘 생긴 선배를 만나고 록을 부르자고요. 절에서 경을 읽고 복식호흡을 계속해서 목이 굉장히 단련됐기 때문에 어렵지않게 대학의 록 서클에 들어가 활동했어요. 그런데 어느날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졌죠. 친구가 녹음해준 테이프에 들어있던 빌리 홀리데이의 곡이 저를 재즈로 던져버리고 말았어요."
4집은 재즈 보컬리스트로의 완전환 회귀를 담았다. 웅산은 2집의 블루스, 3집에서의 포크와 팝적인 이미지를 떠나 대중과 친숙한 코지재즈로 향했다.
"저에게 많은 영향을 준 뮤지션들의 곡들을 주로 편곡해 담았어요. 줄리 런던의 '마이 하트 빌롱스 투 대디', 퀸의 '크래이지 리틀 씽 콜드 러브', 들국화의 '매일 그대와' 등 친숙한 곡을 재즈로 바꿨죠. 그런데 편곡에 신경을 많이 써서 제목을 보지 않고 노래를 들으면 전혀 모르는 곡으로 오해할 수도 있어요."
기존 앨범에서와 달리 4집엔 자작곡으로 2번 트랙 '돈 크라이'만을 담았다. 실험적인 시도보다 대중과 함께 재즈를 이야기하고 싶은 심정이 강해서이다. 포근한 느낌을 싣기 위해 스틱 대신 브러시로 드럼을 쓸어내린 연주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일본에서 먼저 이름을 알린 웅산은 일본회사에 전속이 되어 있고 한국 밴드와 함께 일본 밴드도 운영한다. 13곡의 트랙 중 어느 것이 일본 밴드의 연주로 녹음되었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음악을 떠나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하면 괜히 울컥하죠. 이러다가 언제 갑자기 록커가 된다고 할 지 몰라요. 인생, 모르잖아요?" 웅산은 4집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문화일보홀에서 연다. 문의 (02)720-3933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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