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GS그룹, 한화그룹, 현대중공업 등 후보군들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가격의 거품 빼기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의지는 여전하지만 다음달 본 입찰을 앞두고 인수 가격 산정에 들어가면서 냉정을 찾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현재 시장에서 예상하는 금액(최대 8조원)은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산업은행의 매각 공고 이후 지난달까지만 해도 각 기업 총수들이 직접 나서 "(얼마가 되든) 자금조달은 문제없다. 무조건 인수하겠다"며 기세 좋게 나설 때와는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실제 각 후보의 인수 대표들의 발언을 살펴보면 '예상 인수가격'과 '실제 인수가격' 차이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8조5,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쥔 현대중공업의 이수호 부사장은 "매각 공고 당시보다 시장가격이 많이 내려갔다고 판단한다. 조선업에 대해 잘 아는 만큼 최고가 아닌 최선의 가격을 써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GS그룹 관계자도 "지분 시장 가격에 적절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 적당하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강력한 의지를 가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조차도 "8조원은 비싸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이 아무리 치열하더라도 지나치게 비싼 값에는 인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 조선업계와 금융권에서는 인수금액에 5조~6조원 정도가 적절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근거는 지분가치와 영업가치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시가총액은 6조1,000억원 정도로 매각지분 50.3%를 기준으로 지분가치는 3조원 정도다. 그리고 향후 3~4년간 예상 영업이익 3조원을 합할 경우 적정가는 6조원 안팎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투자 규모가 영업이익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3~4년 후 조선업 경기가 좋지 않을 경우 투자금 회수가 늦어질 수 있다. 예상 영업이익 모두를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산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들어 전세계 조선 수주액은 지난해의 절반에 그쳤고, 대형 선주들이 몰려 있는 유럽도 경기침체에 들어가면서 조선업 차제가 완만한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
인수후보 기업로서는 무리한 자금조달로 '승자의 저주(무리한 M&A로 그룹전체가 위기를 맞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에도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금호 두산 등이 요즘 겪고 있는 대형M&A 후유증을 보면서, 특히 그런 분위기다.
후보군들은 자금조달에 커다란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6조원을 훌쩍 넘길 경우는 부담스럽다. 6조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가진 포스코와 현대중공업도 자체 투자와 배당문제로 현금 전부를 소진할 수 없는 입장이고, 한화와 GS도 자산매각과 차입금 규모 증가가 불가피해 그룹의 재무상태가 나빠질 수 밖에 없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이유로 관련 기업 주가가 시장보다 많이 빠지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떠나는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가격 거품을 뺄 필요가 있다"고 말해도 본 입찰에서 가격이 예상외로 폭등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가격거품에 대한 공감대가 있더라도 막상 인수전이 불붙다보면, 남들이 높은 금액을 써낼까봐 결국 스스로도 높은 가격을 써내는 일종의 '죄수의 딜렘마'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컨설팅사 관계자는"실제 각 후보들의 인수가격은 다음 주부터 3주간 실시되는 대우조선해양 실사가 마무리가 되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며 "실사 결과에 따라 깜짝 베팅을 할 후보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대우조선 우리사주 "컨소시엄 형태 인수참여"
대우조선해양 우리사주조합이 자사 인수전에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우리사주 조합은 회사 인수합병(M&A) 참여 여부와 참가 방안 등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이르면 이날 중 컨소시엄 형태의 참여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사주 조합은 포스코, GS, 한화, 현대중공업 등 인수 후보 기업 중 한 곳을 선정해 컨소시엄 구성에 나설 방침이다. 우리사주조합의 컨소시엄 제휴 대상으로 선정된다는 것은 곧 대우조선해양 내부가 선호하는 인수후보로 공인된다는 점에서 인수전에 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 4개 후보기업 중 현대중공업은 노조가 자격 박탈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는 등 반대하고 있어 제휴 대상에서는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우리사주 조합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주식은 88만2,400여주로 전체의 0.46%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조합은 앞으로 차입형 우리瑩逞┻돋?도입하기로 했다. 차입형 우리사주제도는 근로자복지기본법에 따라 조합이 회사나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을 통해 우리사주를 매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권성태 우리사주 조합장은 "컨소시엄에 참여하기 위해 얼마를 차입할 것인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논의를 통해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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