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은 우리나라 애주가들에게 '양주의 대명사'로 통한다. 1989년 국내에 처음 선보인 이후 '국내 CEO들이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 브랜드', '면세점 판매 1위 브랜드' 등의 타이틀을 휩쓸었다. 면세점 판매량을 합칠 경우 한국인의 발렌타인 소비량은 단연 세계 1위로 평가된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의 대관식에 헌정됐던 울트라 프리엄급(21년산 이상) 명품 위스키 '로얄 살루트' 또한 뛰어난 맛과 품격으로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발렌타인 21ㆍ30년, 로얄 살루트 21ㆍ38년 등 울트라 프리미엄급 위스키 소비는 13.3%나 급증했다.
위스키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 북부의 소도시 키스(Keith). 1786년 설립돼 현재 가동 중인 증류소 중 가장 오래된 스트라스아일라 증류소에서 발렌타인과 로얄 살루트의 품질을 책임지고 있는 마스터 블랜더(Master Blender) 샌디 히슬롭(43)과 콜린 스콧(55)을 만났다. 두 사람은 여러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40~50종의 위스키 원액을 혼합해 최상의 맛과 향을 만들어내는 위스키의 살아있는 수호자. 소설 <향수> 의 주인공인 그르누이처럼 수천가지 향을 감별해내는 천재적 감각을 갖춘 장인들에게서 위스키 제조 비법을 들어봤다. 향수>
-위스키는 어떻게 만드나.
"위스키 종류는 몰트(malt)와 그레인(grain)으로 나뉜다. 몰트 위스키는 맥아를 발효시켜 증류한 뒤 오크통에서 숙성시킨다. 위스키 이름 뒤의 숫자는 오크통 속에서 숙성한 기간을 뜻한다. 스코틀랜드에서는 3년 이상 숙성해야 '위스키'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레인 위스키는 옥수수나 다른 곡물이 섞인 것이다. 발렌타인과 로얄 살루트는 여러 종류의 몰트와 그레인 원액을 섞은 블렌디드(blended) 위스키다. 발렌타인21년의 경우 오크통에서 21년 이상 숙성된 수십 종류의 몰트와 그레인 위스키를 섞어서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최고 연산 위스키의 한계는.
"50년산 이상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위스키 원액을 오크통에 넣어두면 해마다 2%가 증발하기 때문이다. 이를 '천사의 몫(Angel's Share)'이라고 부른다. 로얄 살루트 38년의 경우 오크통에 넣어둔 원액의 80% 가량이 연기로 날아갔다고 보면 된다. 이처럼 연산이 오래된 위스키일수록 각고의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것이다."
-위스키를 제대로 마시는 방법은.
"오래된 위스키일수록 입 속에서 오랫동안 맛과 향이 남는다. 위스키와 상온의 물을 1대 1 비율로 섞어 마시면 위스키 고유의 맛과 향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알코올 도수가 너무 높으면 알코올 자체의 휘발력에 의해 미각이 마비될 우려가 있다."
-폭탄주 문화에 대한 생각은.
"한국에 갔을 때 위스키와 맥주를 1대 3의 비율로 섞은 폭탄주를 여러 번 마셔봤다. 개인적으론 위스키에 같은 비율의 물만 넣어서 먹는 걸 선호한다. 하지만 나라와 민족마다 음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나름의 스타일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오래 숙성된 스카치 위스키는 맥주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맛과 향이 뛰어나다. 따라서 맥주와 섞이더라도 고유의 맛과 향을 빼앗기는 일은 절대 없다."
-젊은이들에게 적합한 위스키는.
"12년산 위스키가 어울린다. 특히 발렌타인12년은 가볍고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톡 쏘는 맛까지 느껴져 여성들 취향에 잘 맞는다."
키스(영국)=고재학 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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