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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내분' 불똥 反美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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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내분' 불똥 反美로 확산

입력
2008.09.16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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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북부 판도주(州)에서 최근 발생한 친정부시위대와 반정부시위대의 무장충돌로 30여명이 사망하는 등 볼리비아의 내분이 격화하면서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의 좌파정권이 최대 위기를 맞고있다. 인근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이 모랄레스에 대한 지지를 천명하고 볼리비아에서 쿠데타가 발생하면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사태가 국제적으로 확산될 가능성마저 나오고 있다.

볼리비아 빈ㆍ부 지역간 내전 우려

15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모랄레스 대통령은 12일 밤 전격적으로 판도주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주도 코빌라시에 군대를 파견, 사태를 진정시켰다. 하지만 브라질 국경 인근의 다른 반정부 지역 지주들이 동조저항운동 움직임을 보이고, 반정부 세력이 천연가스 시설에 대한 공격을 잇따라 시도해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판도주의 무력충돌이 레오폴도 페르난데즈 주지사가 페루와 브라질 출신 용병을 고용, 친정부 세력을 공격했기 때문에 시작됐다고 발표하고 14일 은신 중인 페르난데즈 주지사를 체포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반면 페르난데즈 주지사는 체포 전 지역 라디오방송에 출연, 친정부 시위대가 반정부 시위대를 공격하면서 무장충돌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루이스 트리고 볼리비아 군 참모총장은 육ㆍ해ㆍ공 3군 사령관을 대동하고 방송에 출연, 반정부 시위대에 엄중경고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군부가 아직은 정부 편에 서있으나 모랄레스 정부가 흔들리면 언제든 정치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부자주(州)의 반란

볼리비아의 혼란은 지난달 모랄레스 대통령이 국민투표에서 67% 지지로 재신임을 얻은 후 판도, 데니, 타라하, 산타크루스 등 자원이 풍부한 동부 저지대 4개 주의 천연가스 수익 재분배 작업과 토지개혁을 위한 개헌 추진을 가속화하면서 이미 예견됐던 것이다. 코카 농장 출신 토착민으로 2005년 대통령에 당선된 모랄레스 대통령은 가난한 고지대 토착민의 절대적 지지 속에 주요 시설 국유화 등의 작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부자 주 정부들은 자율권 확대를 주장하며 사사건건 모랄레스 정부에 맞섰다. 뉴스위크 최신호는 “볼리비아 국토의 3분의2가 전인구의 1%에도 못 미치는 소수 지주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토지 재분배는 필요한 조치”라며 “이번 유혈 충돌은 부자들의 초헌법적 반란”이라고 규정했다.

남미 반미국가의 결집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11일 필립 골드버그 볼리비아 주재 미국대사가 반정부 지역 지도자들과 회동한 것을 이유로 정부 전복을 부추긴다며 추방 명령을 내리는 등 볼리비아 내분을 미국과 연계하고 있다. 뉴스위크는 워싱턴 남미지역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해 “골드버그 대사는 미국 국익을 위해 누구든 만날 수 있지만, 그 방법과 시기가 볼리비아 정부에 ‘비우호적’이었다”고 보도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볼리비아와의 연대를 이유로 자국 주재 미국대사를 추방하고 마누엘 셀라야 온두라스 대통령도 신임 미국대사의 승인을 거부하는 등 중남미 국가들은 볼리비아 사태를 계기로 미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볼리비아로부터 자국 천연가스 소비량의 절반 가량을 의존하는 브라질의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도 모랄레스 대통령에 대한 조건 없는 지지를 천명하며 “볼리비아에 쿠데타가 일어나면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니카라과 등도 모랄레스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들 국가를 비롯해 남미국가연맹 12개국 정상들은 15일 순번 의장국인 칠레에 모여 볼리비아 위기 해결책을 논의키로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차베스 대통령은 회의 참석에 앞서 “볼리비아에서 파시즘의 위협이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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