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브러더스 파산 등 미국발 악재의 충격파가 또다시 세계 금융시장에 일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도 '월가 빅뱅'이 몰고온 파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법.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15일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황급히 사무실에 나와 대책마련에 부산했고 시장 역시 초조하게 하루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당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충격이 국내에도 전해져 일정기간 국내 금융시장에 직간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미 알려진 악재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니다"며 '9월 위기설(說)'과 같은 패닉의 재발을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우선 정부는 실체 없는 '9월 위기설'의 패닉은 가셨지만, 추석 연휴기간중 불거진 미국발 악재로 또 다른 위기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리먼 브라더스 파산 등은 예견됐던 사안이기는 하지만, 예상보다 급진전됐다"며 "미 금융시장에 불안요인이 남아있어 변동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 당분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세계 금융시장에 불신이 커지고 금융기관들이 자금 운용을 보수적으로 하다 보면, 우리 시장도 상당히 흔들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리먼의 파산 등 미 월가발 악재가 이미 노출된 악재인 만큼 시장에 9월 위기설이 불러온 패닉과 같은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브프라임사태로 촉발된 신용위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고는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미 금융 부실이 해결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돼가는 과정이라는 해석이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리먼 파산은 분명 악재이지만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며 "9월위기설 이후 우리 금융시장에 리먼 불안요인이 상당부분 선반영돼 있기 때문에, 증시나 외환시장이 크게 출렁거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베어스턴스가 JP모건 인수 이후 시장이 급속히 안정된 전례를 감안하면 메릴린치 건 역시 충격을 크게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좋은 뉴스는 아니지만 이미 시장에서 불안 요인을 흡수하고 있기 때문에, 그 충격도 시장을 급속히 냉각시킬 정도로 크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도 "주말동안 미 금융시장에서 일어난 변동이 우리 시장에 충격을 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미 금융위기 사태가 가닥을 잡아나가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줄 것 같다"고 말했다. 신 실장은 "리먼의 경우 파산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해 예측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금융시장의 혼란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측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 조동철 거시금융연구부장은 "리먼과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들에게는 손실이 크겠지만, 불거진 악재는 오히려 시장의 불안감을 줄일 수도 있을 것"이라며 "과민반응할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물론 전문가들은 우리 금융시장이 리먼 파산 등의 파장을 아주 무시할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뿐 아니라 글로벌 신용경색이 그만큼 심각한 상황임을 다시한번 눈으로 확인하는 기회가 됐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 침체에 빠진 우리 경제의 회복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도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리먼 사태 등이 가져올 충격의 폭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연세대 김정식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주 우리 정부의 외평채 발행 무산과 맞물려, 외환 조달 여건이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은행들이 9,10월 만기가 도래하는 약 50억달러를 막아야 하는데, 문제는 미국의 경기 둔화로 수출에 차질을 빚는 등 경상수지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고 외환차입 여건도 좋지 않기 때문에 외환시장 불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실장도 "우리 시장이 9월 위기설로 패닉 반응을 보일 정도로 흐름이 매우 불안정하고 변덕스러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주식이나 환율이 요동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안정적일 것이란 기대도 가능하자"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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