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지음/나남 발행ㆍ328쪽ㆍ1만4,000원
"몸짱, 얼짱 신드롬 등 육체에 집착하는 현상은 '실재에의 열광' 때문이며, 그것은 20세기 후반 이후 나타난 전지구적 특성이다."(281쪽)
문화철학자인 건국대 영문과 김종갑 교수(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소장)는 '쌩얼' '몸짱' 등 외모에 열광하는 이 시대 한국을 분석하고, 소위 '깡패영화'에 대한 기성세대의 반응에서 시대의 요청을 읽는다. 그는 쌩얼을 "인간이 화장과 성형으로 잃어버린 자연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으로 규정, 그것은 신화이며 환상이라고 못박는다.
유기농이나 무공해 식품, 남대문 복원 공사처럼 인위성을 제거하면 자연이 나타날 것이라고 믿는 허망한 욕구의 소산이라는 것이다. 파파라치에 의해 쌩얼이 폭로돼 명성이 급전직하한 러시아 테니스 선수이자 모델 안나 쿠르니코바 등의 사례가 그렇다.
쌩얼이란 남성들에게는 구원의 상징이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남성적 욕망의 모순이 표출되는 계기이기도 하다. 영화 '친구'와 '말죽거리 잔혹사'가 대표적이다. 여성이 침투함으로써 "남성 중심의 유토피아가 일시에 디스토피아로 변질"되며, 여성이란 존재는 "매혹적이지만 동시에 치명적인 외부의 바이러스"로 그려지는 것이다.
저들 영화에 왜 중년 남성들은 열광했을까? 1960~70년대 궁핍한 시절을 살았던 현재의 중류층 관객이 자신을 왕년의 성공한 조폭과 동일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영화는 하층계급 특유의 남성적 유대감을 보장하면서 그들에게 억눌려 있던 남성성을 회복시키는 계기를 부여했지만, 그들은 어떠한 경우든 현실의 안락과 여유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모순성도 동시에 갖는다는 지적이다.
현실의 한국 중년 남성들에게 그 모순은 일단 긍정적이다. 저자는 "나의 내면에 야생의 늑대가 있다는 환상을 잃지 않기 때문에 나는 강아지로서라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며 "신화가 발가벗겨진 이 시대,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는 환상에 매달림으로써 남루한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즉 합리화ㆍ규격화되기 이전의 진짜 몸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나타나는 탈근대적인 몸에 대한 탐구의 시기를 향해, 우리 사회는 새로운 탐색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이같은 논의에 앞서 근대와 현대의 몸을 둘러싼 철학적ㆍ미학적 논의는 물론 사이보그와 인조인간 등 첨단과학시대에서 몸에 대한 관념이 어떻게 변천해왔는지도 살핀다. 육체에 대한 인식이 문화를 어떻게 변화시켜 왔는지 총체적으로 파악할 기회를 제공한다.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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