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8ㆍ삼성전자)가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삼성전자 육상단은 이봉주가 1년 더 현역으로 뛴 뒤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혀옴에 따라 이봉주와의 계약 기간을 1년 연장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봉주는 지난 베이징올림픽 28위(2시간 17분56초)를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봉주는 10일 오인환 삼성전자 육상단 감독과 장시간 면담을 통해 향후 1년간 마라톤은 계속하겠지만 국가대표직은 후배들에게 물려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확한 은퇴 시점과 은퇴 대회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봉주는 내년 가을 은퇴 경기를 마친 뒤 미국 또는 캐나다로 유학을 떠날 예정이다.
이봉주는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평생의 숙원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아직 마라톤에 대한 열정은 남아있다. 후회 없이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면서 "후배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달리면서 경험과 노하우를 전해 유망주들의 실력 향상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베이징올림픽 완주까지 개인통산 39차례 완주 기록을 갖고 있는 이봉주는 내년 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풀코스를 소화할 경우 40번째 완주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2000년 도쿄 국제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7분20초로 무려 9년간 한국 기록을 보유 중인 이봉주는 국내 마라톤계에서 이미 신화로 남아있다. 1993년 호놀룰루 국제마라톤에서 우승, 이름 석자를 알린 이봉주는 2001년 최고 권위의 보스턴마라톤 대회에서 1위로 골인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후 이봉주는 1996년 올림픽 첫 출전인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선두에 불과 3초 뒤진 2시간12분39초로 은메달을 목에 걸며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영조의 뒤를 이을 마라톤 영웅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2000년 시드니올림픽 24위,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14위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 베이징올림픽 전부터 이 대회를 끝으로 은퇴가 점쳐졌던 이봉주는 결국 올림픽 금메달의 한을 풀지 못하고 트랙을 떠나게 됐다.
한편 이봉주가 무려 15년 동안 한국 마라톤의 간판 역할을 짊어진 것을 두고 취약한 마라톤 저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황영조-이봉주 계보를 이을 재목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수 년간 이어져 온 육상계의 고민이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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