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항을 겪고 있는 북핵 문제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북핵 관련 발언과 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긍정적 입장 표명으로 더 이상의 상황 악화는 피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여부를 놓고 북한과 미국이 서로 상대방에 책임을 묻고 있지만 6자회담의 틀을 유지하고 상황을 관리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점이 상당히 희망적이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북한의 권력서열 2인자인 김영남 위원장이 테러지원국 해제 지연에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북한은 진전을 원하며 6자회담이 중요하다"고 밝힌 점에 주목하며 "우리는 이 발언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계속 협력하기를 기대한다"는 희망적인 논평을 내놓았다. 페리노 대변인은 테러지원국 해제에 대해 "검증문제를 매듭지어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다"고 해 미국의 입장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재차 확인했다.
그러나 "북한이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며 협상 파트너로서 기대감을 표시한 것에서는 지난달 북한이 핵 불능화 중단을 선언했을 때 "잘못된 길을 가지 않기를 바란다"며 불쾌감을 나타낸 것과는 상당히 다른 호의적인 정서가 느껴진다. 북한이 핵시설 원상복귀를 거론하며 압박을 하고 있으나 이것이 판을 깨자는 위협이 아니라 상황을 타개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보는 듯 하다.
이와 관련,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이날 "검증의 형식에 대해 신축적인 입장을 취하고 싶다"며 "최근 수주간 북한으로부터 회답을 얻는 데 난항을 겪고 있지만 중국과도 협의하고 있어 검증 방법을 얻을 자신이 있다"고 한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이는 검증 이행 합의를 문서화하는 과정에서 북한에 일정 부분 양보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힐 차관보가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북한이 반발하고 있는 검증 절차의 일부를 구두로 동의한다면 이를 문서에 포함하지 않는 것을 허용하는 등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문제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문제를 포함한 북한 내부의 움직임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이 고비는 넘기고 회복 단계에 있다는 정보당국의 설명이지만, 김 위원장의 복귀 시점과 후유증 여부에 따라 협상 국면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다음달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일 때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는 상당히 중요하다. 만약 최고 의사 결정권자로서 정상적인 기능을 못하는 상태가 장기간 계속된다면 북한 내 의사 결정과정에 혼란이 발생해 협상이 교착국면에 처하거나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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