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가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과 표명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11일 어 청장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악연도 인연이라면 인연"이라고 말해 향후 사태 전개에 여운을 남겼다.
지관 스님은 이날 조계종 총무원에서 추석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1994년 무렵 합천 해인사 주지로 있을 때 어 청장이 합천경찰서장으로 부임해 인사를 왔던 일화를 소개하며 "일부 고위 공직자들의 행태가 문제지 누가 밉고, 나가는 게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관 스님은 당시 어 청장이 동국대 재학시절 교내 법당인 '정각원'을 다닌 이야기를 했다고 회고하면서 "나의 (대학) 후배이자 구면인 어 청장과의 이런 악연도 인연이라면 인연"이라고 말했다.
지관 스님은 이어 종교차별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가 "너무 오래 가면 안 좋은 만큼 빠른 시일 안에 치우치지 않은 방향으로 잘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 배석한 주요 부장 스님들은 전날 대구 동화사를 찾아온 어 청장에 대해 "미리 연락이라도 주고 사전 조율을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면서 "동화사 회의의 분위기가 무거워 어 청장의 사과 시도가 역작용을 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한 스님은 "어 청장이 불교 지도자들이 모두 모인 곳에서 사과를 하려 했던 게 오히려 안 좋았다"고 덧붙였다.
어 청장은 동화사에서 사과를 하려다 실패한 뒤에도 지관 스님과 같은 KTX 열차에 탑승해 1시간여 동안 수행 스님들과 실랑이를 하며 재차 사과를 시도했다. 어 청장은 서울역에서 먼저 내려 기다렸고 지관 스님은 동화사에서처럼 어 청장의 손을 잡긴 했으나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임삼진 시민사회비서관을 총무원으로 보내 수삼을 추석 선물로 전했으나 지관 스님은 만나지 못하고 총무부장 원학 스님만 만났다. 원학 스님은 "청와대가 과거 총무원장 외에 부장 스님들에게 선물을 한 전례가 없어 받지 않으려 했으나 선물을 들고 와 받아두긴 했다"고 말했다.
한편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이날 최근 제보 등으로 수집된 종교편향ㆍ차별 사례를 다시 공개했다. 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서울지검 남부지청에서 조사를 받던 서모씨가 수사관으로부터 기독교식 예배를 강요당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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