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두철미 환경론자 아닌 다음에야 설거지할 때 첫 손에 잡는 것이 주방세제다. 그러나 가정필수품인 주방세제가 국내에 선 보인지는 채 반세기도 지나지 않았다.
애경 트리오는 1966년 출시된 국내 최초, 최장수 주방세제로 수세미와 모레, 양잿물로 설거지하던 생활습관을 혁명적으로 바꾼 제품이다. 트리오는 '식기ㆍ야채ㆍ과일을 씻는 세제'라는 의미를 담은 이름. 출시 초기 전반적으로 위생관념이 낮았던 시절에 야채나 과일에 묻어있는 기생충을 제거함으로써 국민건강 개선에도 기여, 발매초기 약 5년간은 한국기생충박멸협회 추천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출시 직후 세제부문의 라이벌이었던 락희화학(지금의 LG)에서 '에이퐁'이라는 이름으로 맞불작전을 펼쳤지만 이미 시장점유율 90%에 육박하는 트리오를 잡기는 역부족이었다. 유통업체가 많지 않아 오늘날의 '야쿠르트 아줌마'처럼 밀대에 제품을 싣고 집집마다 방문 판매하던 '트리오 아줌마'들은 선진적인 생활문화의 전도사 대접을 받았다.
트리오는 출시 42년을 맞는 동안 한 차례도 개명이나 제품 중단없이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그동안 생산된 양만 73만톤, 30cm남짓인 용기를 쌓으면 63빌딩을 75만번 이상 쌓을 수 있을 만큼 많은 양이 판매됐다.
자고나면 쏟아지는 신상품들 사이에서 트리오는 시장점유율 16.9%(2007년 기준)로 내려앉았지만 매출 300억원대의 효자상품으로 여전한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장수 비결은 주부들의 변화하는 요구에 발맞춰 지속적인 변신을 추구한 것. 지난 7월에는 웰빙트렌드을 접목한 '트리오 곡물설거지'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고경표 마케팅 PM(프로덕트 매니저)은 "트리오는 42년동안 모두 9차례에 걸친 리뉴얼을 단행했다. 장수브랜드 이면서도 시대의 요구에 발맞춰 부단히 변신함으로써 친숙하되 고루하지 않은 상품으로 자리한 것이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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