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北京) 올림픽 당시 인상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는 중국의 비치발리볼 치어리더들이 섹시한 의상과 현란한 춤을 선보인 것이다. 그들의 춤이 경기장에 모인 관중과 TV 시청자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았는데 이 장면을 연출한 주인공이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에어로빅 지도자 조수진(趙守鎭ㆍ34)씨다.
일찍이 중국의 에어로빅 열풍을 선도하고 치어리더 문화를 싹 틔운 조씨는 올림픽 당시 가장 크게 활약한 한국인 중 한명이다. 그는 한국의 응원 수준과 응원 문화를 토대로 중국 치어리더를 지도, 중국인이 한국에 보다 익숙해지도록 했다는 점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한국 가요를 응원 노래로 사용하는 등 한국 문화를 알리는데 노력했습니다.”
영국의 BBC 등 외신은 한국인이면서도 올림픽 비치발리볼과 농구의 치어리더를 지도한 조씨를 다투어 소개했는데 중국 언론은 지금도 조씨 인터뷰를 꾸준히 내보낸다. 조씨는 어느덧 중국의 유명 한국인이 된 것이다.
하지만 조씨는 “올림픽 때 중국인이 반한감정을 표출했다는 말을 듣고 속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가 올림픽 응원의 상당부분을 책임지는 자리에 한국인인 자신을 임명한데서 알 수 있듯 반한감정이 실제로는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속이 더 상한다는 것이다.
조씨는 지난해 올림픽 조직위가 자신에게 응원 업무를 맡기자 자비로 3,000만원 어치의 의상을 구입, 치어리더들에게 입히고 1년간 스파르타식으로 훈련시켰다. 그 결과 중국의 치어리더는 미국 프로농구(NBA) 치어리더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4년 중국에 정착한 조씨는 99년부터 에어로빅을 가르쳤다. 중국에 에어로빅붐을 일으킨데 이어 2002년에는 중국프로농구 14개 구단 치어리더를 지도하면서 중국 치어리더계의 대모가 됐다.
조씨는 “14년간 작지만 많은 것을 이뤘다”며 “앞으로도 중국에 건강한 춤을 보급하고 한국문화를 알리겠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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