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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귀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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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귀이개

입력
2008.09.11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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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이개를 찾으면 어김없이 보이지 않는다. 분명히 사나흘 전에 사용했는데, 어디에 두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절박성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휴대폰이나 열쇠, 차키 같은 것은 이걸 못 찾으면 집을 못 나간다는 절박성 때문인지 10분 안에 찾아지는데, 귀이개란 놈은 한 시간을 찾아도 안 나타날 때가 많다. 그러다가 안 찾을 때 우연히 나타나곤 한다. 하도 약 올라서 한 백 개쯤 사다가 집 구석구석에 놓아두고 싶어진다. 하지만 귀이개는 쉽게 사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다.

집에서는 잘도 가렵던 귀가 밖에서는 둔감해져 귀이개 살 생각은 까맣게 잊어버린다. 한 달 전에 아내가 귀이개를 백 개는 아니고 열 개를 사왔다. 구석구석 놓아두고 한동안은 잘 썼는데, 오늘 단 한 개도 보이질 않는다. 건망증이 이 정도일 수 없다. 귀이개들이 발이 달려서 어디론가 숨어버린 거다! 이상하게 집에서는 귀가 잘 가렵다.

텔레비전에 나왔던 한 의사는 귀는 안 후비는 게 좋고, 그래서 자기는 한 번도 후빈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나는 툭하면 가렵다. 꼭꼭 숨은 귀이개가 나를 비웃는 것 같다. 고상한 체하더니만 꼴 좋다. 귀 못 파서 아주 환장을 하고 있잖아. 절박하게 찾으란 말야, 절박하게. 작고 하찮은 것이 사람을 갖고 논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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