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 조별 리그 탈락으로 실망을 안겨줬던 한국축구가 또 헛발질을 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 국가대표팀(FIFA 랭킹 51위)은 10일 오후 9시(이하 한국시간) 상하이 훙커우스타디움에서 열린 북한(116위)과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B조 1차전에서 졸전 끝에 1-1로 비겼다. 한국은 올들어 북한과 4차례 맞붙었지만 모두 무승부를 기록, 역대 전적이 5승7무1패가 됐다. 이로써 한국은 1무, 북한은 1승1무가 됐다.
잇단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축구로서 분위기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었지만 ‘허정무호’는 최악의 경기력으로 승점 1점을 챙기는데 그쳤다. 오히려 패하지 않은 것을 행운으로 여겨야 할 정도로 대표팀은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였다.
대표팀은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치명적인 문제점을 드러내며 벼랑 끝으로 떨어지기 직전 기사회생했다.
신영록(수원)과 이청용(서울)이 근육통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한국은 조재진(전북)을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내세운 4-2-3-1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다. 김치우(서울)와 최성국(성남)이 좌우 측면에 나섰고 김두현(웨스트브로미치)과 기성용(서울), 김남일(고베)이 역삼각형의 미드필드진을 구성했다. 포백 수비는 김진규(서울)와 강민수(전북)를 중심으로 김동진(제니트)과 오범석(사마라)이 좌우에 섰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북한의 페이스에 말리며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45분간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패스는 번번이 끊어졌고 크로스는 허공을 갈랐다. 전반 39분 오범석의 크로스를 최성국이 터닝슛으로 연결한 것을 제외하고 공격다운 공격을 한 차례도 펼치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들어서는 북한의 날카로운 역습에 진땀을 흘렸다. 후반 14분 수비 뒷공간을 뚫는 기습 패스를 연결 받은 문인국이 골키퍼 정성룡과 일대일로 맞서는 위기를 맞았지만 슈팅이 골네트 옆을 때려 가슴을 쓸어 내렸다. 허 감독은 후반 16분 조재진, 최성국을 빼고 서동현, 이천수(이상 수원)를 투입했지만 후반 19분 선제골을 내주며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김남일이 문전에서 헤딩을 위해 점프하던 홍영조의 팔을 붙잡아 페널티킥을 내줬고 홍영조가 정확히 차 넣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허정무호’를 구해낸 것은 ‘막내’ 기성용(19)이었다. 기성용은 후반 24분 김두현의 크로스를 페널티에어리어 정면에서 가슴으로 트래핑한 후 오른발 슛, 북한 골네트를 흔들었다. A매치 두 번째 출전에서 기록한 첫 골이다.
동점골로 한숨 돌린 한국은 후반 막판 이천수를 중심으로 맹공을 퍼부었지만 역전골을 뽑아내지 못하며 종료 휘슬을 맞았다. 대표팀은 10월15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홈으로 불러들여 남아공 월드컵 최종 예선 B조 2차전을 치른다.
■ 양팀 감독의 말
▲ 허정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밀집수비 못 뚫어… 내용·결과 불만족"
약체라고 생각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고 압박감 때문에 경기가 말렸다. 내용과 결과 모두 만족스럽지 못하다. 상대 밀집 수비를 제대로 뚫지 못했다. 원정경기는 고비와 기복이 있기 마련이다. 비겨서 나쁠 것은 없다. 그러나 북한이 약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공격력 부재에 대한 문제는 늘 제기되고 있지만 해결되지 않아 나도 답답하다. 신영록과 이청용이 부상으로 빠져 '조커'로 활용하려고 했던 최성국을 선발 출전시키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실망하지 않고 최종 예선 통과를 목표로 앞으로 경기를 대비하겠다. 대표팀은 현재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좋은 기량을 선보이고 자신감을 찾은 것이 이번 대표팀 소집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중동팀에 대해 분석하고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중동은 날씨가 덥고 고지대에서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적인 준비가 중요하다.
▲ 김정훈 북한 대표팀 감독 "전술적인 면 훌륭… 체력적으로 문제"
경기 결과가 조금 아쉽다. 승점 3점을 올릴 수 있었는데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선수들이 잘싸웠다고 생각한다. 무더운 날씨의 중동(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 1차전(2-1)을 치르고 와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수들이 전술적인 면에서 잘 움직여줬다. 더 좋은 조건이었으면 더 좋은 결과를 가져 왔을 것이다. 한국 대표팀은 새로 합류한 선수들이 체력과 기술 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상하이=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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