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무선인터넷을 쓰는 휴대폰이라면 무조건 '위피(WIPI)'를 탑재해야 하는 의무가 폐지되기 때문이다.
'위피'란 휴대폰으로 무선인터넷에 접속할 때 필요한 소프트웨어. SK텔레콤의 네이트, KTF의 매직앤, LG텔레콤의 이지아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위피는 2005년부터 무선인터넷 접속기능을 가진 국내 모든 휴대폰과 개인판매용 스마트폰에 의무적으로 탑재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0일 휴대폰 제조사들이 휴대폰용 무선인터넷 플랫폼의 국가표준인 '위피'를 휴대폰에 탑재해야 하는 의무를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올해 안에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 형태의 개인 판매용 스마트폰부터 시작해서 일반 휴대폰까지 '위피' 탑재 의무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위피'는 이동통신업체마다 무선인터넷 접속에 필요한 소프트웨어가 달라 표준 콘텐츠 개발 등이 어려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01년 정부 주도로 개발됐다. 이후 2005년 4월부터 무선인터넷 접속 기능을 가진 모든 휴대폰과 개인 판매용 스마트폰에 '위피'가 의무 탑재되면서 우리나라의 '국가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덕분에 휴대폰용 콘텐츠 개발이 쉬워져 관련 산업이 성장한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러나 외산 휴대폰 업체들에게 위피는 국내 진출을 가로막는 일종의 무역 장벽이었다. 외국 휴대폰 제조사 입장에선 자체 무선인터넷 소프트웨어가 있는데도, 한국시장에서 휴대폰을 팔려면 꼭 한국형 표준 소프트웨어(위피)를 장착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비용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결국 많은 외산 휴대폰업체들이 '위피' 때문에 한국진출을 포기했고, 이로 인해 통상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여태 한국시장에 들어오지 못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위피 의무 탑재를 전면 재검토해 왔으며, 단계적 폐지로 방침을 정하게 됐다. 방통위 관계자는 "3세대 이동통신, 휴대인터넷(와이브로) 등 휴대폰을 이용한 무선 인터넷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마치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만큼 위피를 의무탑재시킬 이유는 없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의 이 같은 방침으로 그 동안 '위피' 탑재부담 때문에 국내시장에 들어오지 못했던 외국산 휴대폰들이 대거 쏟아져 들어올 전망이다. 위피 대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CE', 애플의 'OS X', 구글의 '안드로이드' 등 다양한 휴대폰용 무선인터넷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외산 휴대폰들이 국내 시장에서도 팔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이폰 도입을 추진중인 KTF 관계자는 "위피가 사라지면 아이폰의 국내 판매가 쉬워질 것"이라며 "다양한 외국산 휴대폰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이용자들도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고 주장했다.
국내 휴대폰 업체들로선 외국산 제품과 맞서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으며, 관련 콘텐츠 업체들 역시 여러 소프트웨어에 맞춘 콘텐츠를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더 들이게 됐다. 다만, 한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업체들이 현재 제공하는 무선인터넷 콘텐츠는 모두 위피용"이라며 "이통사들이 이를 판매하기 위해서라도 위피없는 휴대폰을 갑자기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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