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쓰디쓴 약을 먹지 않으려 몸부림쳤던 기억이 누구나 한번쯤 있다. 쓰디쓴 맛 못지않게 많은 약을 여러 차례 먹어야 했던 괴로움은 공포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제는 약이 먹기 쉽게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알약 크기가 작아지고, 먹는 횟수도 줄고, 디자인도 특별히 해 경쟁력을 높였다. 게다가 알약 하나로 여러 질병을 동시에 치료하거나 예방효과도 기대할 수도 있다.
■ 더 작게, 더 좋게, 먹는 횟수는 적게
눈 속에 약물 칩을 심어 치료할 수 있다. 지난 해 12월 출시된 '레티서트'(바슈롬)는 실명을 유발하는 후방 포도막염 치료제로 쌀알보다 작은 약물 칩을 안구 후방에 이식해 치료한다.
크기는 손톱으로도 잡기 힘든 3㎜ X 2㎜ X 5㎜로 안구 후방에 이식해도 이물감이 없다. 특히 염증 부위에 직접 이식했기 때문에 약물 전달이 잘 되고, 2년6개월 동안 약이 방출된다. 이식한 칩은 인체에 무해한 실리콘이어서 제거하지 않아도 된다.
크기를 줄여 먹기 쉽도록 한 약도 있다.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ARB)계열 고혈압 약 '아타칸'(한국아스트라제네카)은 알약 지름이 7㎜로 기존 고혈압 약의 3분의 1 정도다. 그래도 혈압 강하 효과는 24시간이나 된다.
패치형 천식치료제 '호쿠날린'(한국애보트)은 손가락 한마디 크기 정도다. 패치제라 약을 먹기 힘든 영ㆍ유아나 고령자에게 적합하다.
복용 횟수를 줄이는 서방형(徐放形ㆍ서서히 방출되는 형태) 제제도 많이 나왔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골다공증 치료제. '아클라스타'(한국노바티스)는 1년에 한 번만 주사를 맞으면 된다. 본비바정(GSK)은 1개월 한 번, 본비바 정맥주사제는 3개월에 한 번 먹고 주사를 맞으면 된다.
정신병 약도 서방형 제제가 잇따라 나와 하루 세 번에서 한 번 먹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간질 치료제 '데파코트'(한국애보트)와 정신분열병(도파민항진증) 치료제 '인베가'(한국얀센) 등으로 한번 먹으면 24시간 약효가 지속된다.
■ 여러 질환을 한 약으로 치료
여러 질병을 동시에 치료하는 약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많게는 3~4가지 질환을 치료하는 약도 있다. '리리카'(한국화이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섬유근통증후군 치료제 승인을 받았다. 이 약은 말초 신경병증 통증과 부분 간질 발작 보조 치료제인데 이로써 3가지 질병에 적응증을 받은 것이다.
'휴미라'(한국애보트)는 류마티스관절염과 강직성 척추염, 건선성 관절염, 크론씨병 등 자가면역질환에 두루 쓰인다. 올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건선증을 추가로 승인 받았다.
고지혈증 치료제 '크레스토'(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FDA에서 죽상동맥경화증 진행 지연에 대한 적응증을 받았다.
고혈압 약 '노바스크'(한국화이자)는 지난해 12월 관상동맥질환 적응증을 새로 승인 받았다. 신장암 치료제 '넥사바'(바이엘쉐링제약)는 지난 해 11월 FDA로부터 간세포종양 치료제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올 3월 식약청으로부터 추가로 간암 적응증을 승인 받았다.
■ 부작용 줄이고 더 안전하게
형태를 바꿔 부작용을 줄인 약도 있다. 먹는 약인 치매 치료제 '엑셀론'(한국노바티스)은 접착식 패치제 '엑셀론 패취'를 올 3월 출시했다. 패치제는 피부를 통해 약이 곧바로 혈관으로 흡수돼 구역질과 구토 등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심혈관질환 예방약인 아스피린(바이엘쉐링제약)은 장기간 복용 시 위 점막을 해쳐 속 쓰림과 위장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장에서만 녹는 '아스피린 프로텍트'이 개발돼 위장장애를 줄였다.
■ 장점을 하나로 합친 복합제
두 가지 이상의 약을 하나로 합친 복합제(콤보약)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콤보약은 고혈압 약 '노바스크'와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를 결합한 카듀엣(한국화이자). 이를 좀더 발전시킨 제약사끼리 전략적으로 제휴한 경우도 있다. 노바티스와 화이자는 지난해 11월까지 고혈압 약인 디오반과 칼슘채널차단제(CCB) 계열의 고혈압 약 바스크를 합친'엑스포지'도 나왔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일러스트= 김경진기자 jin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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