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힘을 모아 구의회 의정비를 대폭 깎았다. 10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6동 가오리사거리 강북구의회 본회의장. 의원 14명이 전례 없는 내용의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의정활동비 지급 조례 개정안을 처리, 당초 연간 5,375만원이던 의원 1인당 활동비를 4,268만원으로 1,107만원이나 삭감했다. 2006년 기초의회 의원에 대해서도 지급되기 시작한 이후 줄곧 오르던 의정비가 삭감된 것은 전국에서 이곳이 처음이다.
강북구 의원들은 지난해 11월 느닷없이 의정비를 60%이상 인상키로 결정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주민들은 "월급은 6% 늘어나기도 힘든 판국에 60%를 올린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노했다. 이 과정에서 진보신당 최 선(35ㆍ여) 의원이 앞장서 지난 6월 구민 7,138명의 서명을 받아 의정비 삭감을 요구하는 청구서를 강북구에 제출했고, 구는 의회에 조례안 상정을 요구했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지역 주민 2% 이상이 서명하면 구청 심의를 거쳐 조례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당초 "의정비가 너무 많다"는 최 의원 주장을 무시하던 강북구 의원들도 주민들이 집단 행동에 나서자, 결국 이날 만장일치로 삭감안을 의결한 것이다. 이날 의결로 매월 447만9,160원을 받던 강북구 의원들은 10월부터는 112만원 가량 줄어든 335만6,660원을 수령하게 된다.
동료 의원들의 눈총에도 불구, 주민발의를 주도한 최 의원은 "이번 조례안 통과는 지방의회의 부당한 결정을 주민들이 바로잡아 주민자치의 뜻을 되살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강북구 주민들의 성공사례는 비슷한 상황의 다른 기초의회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5월27일 삭감 조례안이 상정됐으나, 의원들의 심의보류에 묶여있는 송파구의회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수(49) 송파구 의정비 인상반대 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올해 5,700만원으로 전국 기초의회 중 가장 높은 송파구의회 의정비를 지난해 수준으로 깎기 위해 9,700여명 주민이 동참했다"며 "9월 임시회에서는 조례안을 통과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