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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그루지야 침공'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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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그루지야 침공' 후폭풍

입력
2008.09.11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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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야 사태로 전세계에 군사적 파워를 과시한 러시아가 경제적 측면에서는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전쟁으로 투자에 불안감을 느낀 외국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데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러시아 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 "러시아가 1998년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 이후 최대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가는 올해 5월에 비해 40% 이상 폭락했고, 9일 하루만 해도 7.5% 떨어져 주가지수가 2006년 6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밀렸다. 러시아 정부는 자본 유출 규모가 50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금융권은 그루지야와 전쟁을 시작한 후 한 달 동안 200억 달러 이상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국 자본의 이탈은 실물 경제에 대한 영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치금이 부족해진 러시아 은행들이 대출을 동결하면서 부동산과 소비재 시장이 마비됐다. 증시 급락으로 주식시장의 자본 조달 능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은행까지 대출을 옥죄는 바람에 기업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모스크바의 한 은행 고위 임원은 "대출을 받지 못해 대형 프로젝트를 중단한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은행의 관계자는 "국가 재정은 풍족해졌지만 민간 영역은 돈이 완전히 말랐다"며 "유동성 부족 현상이 이렇게 빨리 올 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최대 민간 은행인 알파뱅크의 표트르 아벤 회장은 9일 로이터통신에 "물가상승이 가속화하고 실질임금이 줄어들면서 러시아 경제가 급속히 가라앉고 있다"며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외국 투자자들이 향후 러시아 경제가 회복할 지 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FT는 "러시아 경제의 버팀목인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는데다, 푸틴 총리가 자국 철강기업을 비난해 주가가 폭락하는 일까지 발생하는 등 불안요소가 가시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알렉세이 쿠드린 재무장관은 9일 "그루지야 사태가 진정되면서 기업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은행권에선 그러나 "투자자들은 여전히 러시아를 외면할 것이고, 러시아 기업들은 국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 것 같다"고 진단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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