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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정일 중병설은 우리 위기관리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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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정일 중병설은 우리 위기관리 시험대

입력
2008.09.11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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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신변에 뭔가 심상치 않은 사정이 발생한 게 틀림 없어 보인다. 그러지 않고서야 그제 치러진 북한 정권 수립 60주년 행사에 모습을 안 드러냈을 리 없다. 인민군대 열병식 등을 포함해 성대한 규모로 준비되던 행사가 축소되고, 노농적위대 퍼레이드 시간이 갑자기 변경되는 등 이상한 징후가 한 둘이 아니다. 정부 당국도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에 무게를 두고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언론 보도대로 김 위원장의 병세가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위중하다면 중대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북한 체제는 철저하게 김 위원장 1인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를 대신할 후계체제도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그의 유고는 곧 극심한 혼란을 의미하며 한반도 전체가 불안한 상황에 빠져들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로서는 김 위원장의 와병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중병설이 파다하지만 통치 능력을 상실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북한 군부의 특이 동향이 관측되지 않고 있고, 북한 관영 매체들의 보도도 평상시와 같은 점은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과거 '김일성 사망설'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지나치게 매달렸다가 낭패를 본 경험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남북 간 대화채널이 단절된 상태에서 미확인 정보에 근거해 요란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초래할 후유증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신중하게 접근하면서도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희망이나 의지와 상관 없이 김 위원장의 유고 등으로 인한 북한 내 급변사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평소 철저한 대비체제를 갖춰야 한다. 김 위원장 건강이상 징후가 어떻게 결말이 지어지든 북한 급변사태 대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함을 거듭 일깨운 것만은 분명하다. 북한 내 통치력 붕괴에 따른 혼란을 관리할 역량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여기에는 미국, 중국 등 주변 관련국들과의 긴밀한 협조체제 구축이 필수적이다.

김 위원장의 와병이 장기화하면 중요한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 경우 현재 핵시설 불능화조치 중단 및 복원 움직임으로 위기에 처한 북핵 문제의 진전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

김 위원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시작한 때와 북측이 불능화조치 중단을 관련국에 통보한 때가 일치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의사결정 공백이 길어지면 남북관계의 반전을 꾀하기도 쉽지 않게 된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도 충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김 위원장 건강 이상 징후가 몰고 온 위기상황 관리는 이명박 정부에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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