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6세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40대 후반부터 고혈압, 심장병, 당뇨에 시달리며 투약과 건강검진을 반복해 그의 건강은 늘 세간의 관심사였다. 특히 그가 권좌에 오른 1991년 이래 그의 건강 악화를 둘러싼 온갖 소문과 추측이 꼬리를 물었다. 그럴듯한 정황이 맞물리면서 중병설이 퍼지는가 하면 난데없이 사망설이 유포되기도 했다.
9일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 김 위원장이 불참하자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진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른바 5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인 50주년(1998년) 55주년(2003년) 행사에는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따라서 그의 참석 여부는 최근 불거진 건강 이상설을 검증할 수 있는 척도로 받아들여졌다.
결과적으로 10일 김 위원장이 순환기 계통 수술로 인해 행사에 불참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뒤집어보면 김 위원장이 9ㆍ9절 행사에 참석한 것은 지난 10년 간 두 번 뿐이었다. 통상적으로 불참하는 것이 관례였던 셈이다. 또한 북한은 올해 이례적으로 우방인 중국의 특사를 초청하지 않았다. 북한이 행사를 축소해서 열겠다는 의도를 넌지시 내비쳤던 만큼 이미 김 위원장의 불참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따라서 열병식에 정규군이 아닌 노동적위대가 등장한 것도 김 위원장의 건강 악화에 따른 갑작스런 교체가 아니라 원래부터 준비된 일정이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과거에도 비슷한 논란이 많았다. 유언비어 수준의 사망설은 일찍부터 터져 나왔다. 92년 낙마설에 이어 2004년 측근의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억측이 불거지자 정보당국은 "근거 없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장기간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추는 경우 건강 이상설이 어김없이 확산됐다. 김 위원장은 94년 7월 부친 김일성 주석 장례 후 87일간, 2003년 이라크 전쟁과 2006년 핵실험을 앞두고도 수십 일간 잠적하는 등 총 17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 징후는 2006년 들어 구체적으로 감지됐다. 8월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은 국회 보고에서 김 위원장이 1월 중국에서 진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이듬해 10월 2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독일 의료진의 방북설과 맞물려 김 위원장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졌다. 실제 정상회담에 나타난 김 위원장은 예전과 달리 거동이 불편한 모습이 수 차례 눈에 띄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건강에 문제 없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대북 소식통은 "소문만으로는 김 위원장이 이미 저승에 수십 번 다녀온 셈"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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