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관한 논의를 보노라면 혼란스럽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9일자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조기유학과 같은 다양한 수요를 흡수'하고 '외국에서 공부한 아이들이 한국에 돌아왔을 때 받아들일 통로'를 만들기 위해서 국제중학교를 만든다고 했다. 교육감은 공교육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만들어야 할 교육현장의 수장인데 1% 미만의 조기유학자와 그 귀국자를 걱정하는 정책에 그토록 골몰한다는 것이 우스꽝스럽다.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 특목고를 늘려서 외국으로 영어 배우러 나가는 학생들의 수요를 국내서 흡수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그렇다. 외국어고가 일부에서 인기를 끄는 것은 외국어를 잘 가르쳐서가 아니다. 우수한 학생들을 모아 놓으니 수준별 수업이 가능하고 교사 수준이 높아서이다.
청소년기란 부모나 교사보다 또래들로부터 배우는 것이 더 많은 시기이니 우수한 인재들끼리 만들어내는 역동성이 엄청나다. 결국 특목고의 장점은 왕년의 명문고와 같은 것이지 영어와는 무관하다. 특목고를 늘린다고 외국으로 영어 배우러 나가는 학생들의 수요는 줄지 않는다.
외국어고는 명문고일 뿐
차라리 교육감이나 대통령이나 평준화 체제를 깨버리고 과거의 명문중 명문고 체제를 살린다고 하면 이해가 간다. 그게 아니라 소수의 유학생을 위해, 영어 교육을 위해 특목중, 특목고를 늘린다고 하면 무식한 소리 밖에 안 된다.
특목고의 문제점은 중학교에서 가르치는 공부를 성실하게 따라가서는 붙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운 특목고인 외국어고등학교 뿐 아니라 과학고등학교도 그렇다. 참가비가 들어가는 경시대회에 수상을 해야 입학이 유리하고 입학시험에는 고등학교 과정의 문제가 버젓이 나온다. 선행학습을 해야 들어가기 쉽다. 당연히 사교육에 돈을 쓰는 부자들에게 유리하다.
그래서 특목중이나 특목고를 반대하는 이들은 이 학교가 평준화와 공교육 체제를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대통령이나 교육감류들은 이 비판에 맞설 논리가 궁색하니까 영어교육을 내세우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이것은 교활하거나 위선적인 처세술이다.
영어만이 문제라면 특수목적고를 차라리 없애야 한다. 그 대신에 일반 고등학교에서 교사로부터 배운 영어만으로 국제사회에 나갔을 때 충분히 의사소통이 되도록 공교육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영어가 국제 사회의 경쟁력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은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논쟁이 끝난 사안이다. 오히려 영어 때문에 교육이 심화가 안되고 있다는 것을 우려하는 소리가 더 높다.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된 대학 영어 강좌는 알맹이 없는 내용으로 학생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학생들을 모아보려고 학점을 후하게 주는 절대평가제를 운용해도 소용이 없다. 그런데도 대학측이 없애지 않는 것은 학교평가 및 대학지원금이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국가적인 낭비가 전국에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일어나고 있다.
정부가 앞으로 할 일은 영어경쟁력이 아니라 교육경쟁력을 살리는 일이다. 사고의 심화에는 방해만 되는 영어강좌를 줄여나가는 쪽으로 대학교육을 지원해야 한다. 지방교육청은 초 중 고교 교육에서 학교 공부만으로 영어가 되도록 교육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영어 뿐 아니라 수학 과학 언어 모든 면에서 학교 교육만 성실히 따라가면 공부를 잘할 수 있도록 공교육을 살려줘야 한다.
영어경쟁력보다 교육경쟁력을
공교육이 죽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교사들의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교육에 경쟁력을 살리려면 역량이 안 되는 교사들을 걸러내야 한다. 학교별 실력평가는 이뤄져야 하고 공개되어야 한다. 교원평가 역시 당연하다. 특목중 특목고에는 보낼 능력도, 관심도 없지만 공교육만으로 자녀를 똑똑하게 키우고 싶은 학부모들의 수요를 맞춰주는 일이 정부가 할 일이다.
서화숙 편집위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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