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정부의 종교 편향 파문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 불교계가 강력히 요구한 어청수 경찰청장의 해임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대신 어 청장에게 불교계 지도자를 찾아가 사과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밤 KBS TV 등을 통해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도 거듭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 정도의 조치로 성난 불심이 가라앉지는 않을 것 같다. 범불교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원학 스님은 "성의 있는 자세"라고 평가하면서도 어 청장 파면 등 나머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예정된 지역별 범불교도 대회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종교 편향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어 청장 문제를 정리할 것을 이미 촉구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어렵사리 직접 유감 표명에 나섰으면서도 어 청장의 거취에 불씨를 남겨 파문 수습이 지연된다면 불행한 일이다.
이 대통령이 종교편향 논란을 언급하면서 '남의 얘기' 하듯 하여 진정성이 안 느껴지게 한 어법도 아쉬운 부분이다. 불교 신자들에게 분노를 안긴 잇단 사건들이 이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진 것은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불교 신자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 정부의 공직자들이 '장로 대통령'을 의식하고 한 행위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이 자신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사과했어야 옳았다. 이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민통합과 종교화해 달성을 희망한다면 '장로 대통령'에 대한 의구심부터 불식되게 해야 한다.
이제 종교편향 문제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란은 끝내야 한다. 불교계도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계기로 수습과 화해의 방법을 찾기 바란다. 정부는 대통령령인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종교에 따른 차별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명시한 데 이어 다음달 공무원 행동강령을 개정, 종교차별을 금지할 예정이라고 한다. 불교계는 이런 규정들의 실천을 포함해 종교 간 형평을 구현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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