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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밤샘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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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밤샘의 대가

입력
2008.09.10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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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신나게 놀다 보니 집에 들어가고 싶지도 않았다. 아내도 근 한 달만의 주유이니 용서해 주겠지 하고 날밤을 새워 놀았다. 오전에 취소할 수 없는 업무가 있었는데도 말이다. 결국 한숨도 못 자고 비몽사몽 출근을 해서 정신없이 오후까지 일했다. 여기서 '정신없이'는 바쁘게 열심히 일했다는 뜻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제 정신이 아닌 상태로 일했다는 것이다. 일을 제대로 했을 리 없으니 몹시 미안했다.

게다가 틈틈이 아내에게 전화바가지를 긁히느라 귀가 없었으면 싶었고, 내장은 탈나 화장실을 풀방구리 쥐 드나들듯 해야만 했다. 저녁 때 매우 중요한 두 가지 행사가 있었으나 도저히 갈 수 없는 몸이 되어 무례를 범할 수밖에 없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다음날 아직도 머릿속은 하얗고 몸은 허수아비 같은데 아내의 본격적인 바가지에 난타 당해야 했고, 일거리는 미뤄야만 했다.

그런 나에게 끼니 때마다 정성스럽게 밥을 차려준 아내가 저녁 설거지를 끝낸 후에 또 한 번 해보자는 투로 말했다. "밥 먹는 건 잠깐인데, 사고 치는 건 한참이네." 난파선처럼 된 내 입에서 절로 대구가 나왔다. "술 마셔서 좋은 건 잠깐인데, 괴로운 건 한참이네." 그러자 아들 녀석도 한 수 읊었다. "또 부부싸움 할 모양이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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