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정책집행에서 중요한 원칙을 꼽는다면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일관성 없고 편의주의적인 행태는 바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낳고 정책 혼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통일부의 대북정책은 도무지 신뢰하기 힘든 0점짜리다.
이명박 정부 초기 인도적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 통일부는 여러 조건을 내걸며 유보적이었다. “북핵 및 남북관계 진전 상황을 보자” “북한의 요청이 있어야만 한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누가 북한에 쌀을 주자고 하겠는가”…등등.
이후 북한은 공식 요청도 하지 않았고 금강산 문제에서도 진전이 없었다. 그러나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9일 “북한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울 계획”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김 장관의 입장 변화는 인도주의 측면에서 환영할 수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논리를 그때그때 맞춰가는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렇게 일관성이 없다면 언젠가 또 원칙을 바꿔 인도주의 사안에 정치적 잣대를 들이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통일부는 지난달 민주노동당과 전교조의 방북 신청은 규모를 문제 삼아 불허하더니 이제 다른 대북지원 민간단체의 방북은 허용하겠다는 쪽으로 소리소문 없이 입장을 바꿨다. 북한에 ‘개성공단 관련 정책을 바꾸겠다’는 부정적 신호를 줄 게 뻔한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장 교체도 “정권 출범 초 했어야 할 사안”이라는 허무맹랑한 이유를 대며 강행했다.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정부를 보면서 북한은 무슨 생각을 할까. 아마도 ‘갈 데까지 가보자’는 억지만 늘어나지 않을까. 남북관계는 순발력보다는 인내력과 일관성이라는 점을 통일부가 항상 기억했으면 한다.
정상원 정치부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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