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올림픽 후유증으로 벌써부터 몸살을 앓고 있지만 그래도 그 미래가 어둡지 않은 것은 올림픽을 거치면서 이른바 글로벌 수준의 인프라가 빠르게 갖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일종의 오페라 하우스인 베이징의 국가대극원이다. 인공호수 위의 거대한 UFO를 연상시키는 이 첨단 건축물은 수면 아래의 통로로 입장하며 오페라 대극장, 콘서트홀, 연극용 중극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랑스의 폴 앙드뢰가 설계했다.
세계 최첨단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는 아랍에미레이트연합의 두바이에는 한층 더 놀라운 오페라 하우스가 건설되고 있다. 사막의 모래언덕을 형상화한 모습으로 일명 우주항모라 불리는데 정말 경탄할 만한 상상력의 소산이다.
두바이 오페라 하우스도 일종의 문화복합단지다. 호텔과 갤러리, 카지노가 포함된 대규모 공간인데 그 상징을 오페라 하우스가 맡는 것이다.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들어서는 디자인플라자를 설계한 이라크 바그다드 출신 여류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작품이다.
베이징이나 두바이에 얼마나 많은 오페라 애호가가 있겠는가. 대단할 것 없는 서울의 오페라 인구보다도 적을 것이고 이들 나라의 교과서에 오페라라는 항목을 수록한 역사도 길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언뜻 무모해 보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최고의 하드웨어를 갖추면 세계 수준의 공연을 올릴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자국 청중이 형성되는 것은 물론 부유한 외국인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아마도 극장 자체로는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베이징과 두바이가 경제력 뿐 아니라 품격으로도 세계 일류 도시로 인정받으려면 굉장한 오페라 하우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예는 독일의 바덴바덴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바덴바덴은 서울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IOC 총회가 열렸던 곳이지만 사실은 인구 5만에 불과한 작은 온천도시다.
이곳에 일부 반대를 무릅쓰고 독일 최대 규모의 오페라 하우스를 지은 것은 1990년대였는데 그 덕분에 바덴바덴은 이제는 온천욕과 오페라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독일 최고의 휴양도시로 거듭났다.
과연 서울에 새 오페라 하우스가 생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대신 국제도시를 지향하는 인천 송도의 아트센터는 이번 주부터 공사에 들어간다.
적어도 베이징 국가대극원 이상의 기발함을 갖추어야 21세기의 문화적 랜드마크가 될 것인데 과연 그렇게 준비되고 있을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의미가 반감될 것이다.
음악공동체 무지크바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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