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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엽서로 본 기생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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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엽서로 본 기생 읽기

입력
2008.09.10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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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박물관은 '엽서 속의 기생 읽기'특별전을 시작하였다. 일제강점기의 엽서에 남아 있는 각종 기생이나 기생학교의 모습, 조합 소속 기생의 명단, 기생들이 사용하던 물품 등을 전시한 것이다. 이번 특별전은 관람객들의 호응도가 상당히 높아서 기획ㆍ전시 작업의 어려움을 충분히 보상 받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리고 작품을 소장했던 박민일 교수(전 강원대)도 높은 호응도에 들뜬 모습으로 자주 전시장을 찾고 있다.

나도 가끔 전시장에 들르면, 관람객들이 벌써 관장인지 알아채고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일일이 응대하다 보면 기생을 테마로 한 엽서를 그들의 눈으로 읽어내는 다양한 모습에 놀라게 된다. 어떤 이들은 성장(盛裝)한 기생들의 복식에 주목하여 "옛날에도 저런 옷감이 있었느냐"는 질문 아닌 질문에서부터, 시대를 앞서간 패션 리더로서의 그들의 당당했던 모습에 놀랐다는 찬사를 늘어놓고는 한다.

또 어떤 이들은 일제강점기의 가수나 배우로서 대중음악의 발전에 선도적인 역할을 했던 모습에 주목하기도 한다. 레코드를 취입하고, 영화에 출연하며, 고정된 형식의 무용프로그램을 운영했던 그들의 모습이 새삼 역사적인 사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왕수복과 같은 기생이 실존했던 가수로서 주목 받기도 한다. 그녀가 이효석의 말년에 병석을 지켰고, 나중에는 월북하여 왕성한 활동을 하던 인물이었다는 것과 별개로 말이다.

그리고 제법 의식이 있는 분들은 엽서들을 살펴보면서 분개하기도 한다. 조선풍속을 소개한다는 명분으로 일제가 엽서를 제작하였다고는 하나, 실상은 식민지 여성들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한 수단이 아니었냐는 것이다. 백번 들어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더 이상 피해의식에 젖어 있을 수는 없고, 이제는 그러한 의도였다고 할지라도 당시의 역사상을 살필 수 있는 실물자료로서 접근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조심스럽게 권고하기도 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도 내 방식대로 엽서를 읽어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내 경우에는 실존했던 인물들의 얼굴 모습에 주목한다. 겨우 100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궁중과 조합에서 활동했던 다양한 기생들의 얼굴모습이 자꾸 현대여성의 그것과 중첩되어 다가온다.

그런데 한반도라는 공간 속에서 일정한 유전자 풀을 유지해 살아오면서, 옛 기생들의 얼굴 모습은 결국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되는 얼굴 모습일 수밖에 없다. 결국 같은 얼굴 모습이면서 시간 상으로 60년 내지 100여 년의 차이가 있으니, 우리의 삶이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일순간일 뿐이며 조금씩 다름은 있겠지만 결국은 같은 방식의 삶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다.

이처럼 박물관에서의 특별전은 나를 포함하여 관람객 모두로부터 다양하게 읽혀지고 있다. 이해의 정도를 떠나 받아들이는 관점과 방식이 전혀 다른 것이다. 비록 기획자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는 해도 관람객은 모두 제 각각의 마음의 눈으로 보기 때문에 전시는 누구에게나 다르게 다가온다. 이것이 바로 특별전의 묘미이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상살이의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해준다. 이 세상은 모두 제각기 다른 눈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므로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지혜롭게 사는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유병하 국립 춘천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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