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 1기 동기인 경찰서장 2명이 대한민국의 집창촌 해체에 팔을 걷어붙였다.
주인공은 이중구(46) 서울 동대문경찰서장과 황운하(46) 대전 중부경찰서장. 이 서장은 서울 장안동 집창촌을, 황 서장은 대전 유천동 집창촌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고 있다.
먼저 칼을 뽑은 것은 황 서장이다. 올해 3월 고향인 대전중부서장에 부임한 그는 인권사각지대인 유천동 집창촌을 임기 중 완전 폐쇄하겠다고 공개선언을 했다. 연일 형사들과 기동대를 투입하고 소방서, 구청 등을 끌어들인 결과 현재 절반이 넘는 업소가 문을 닫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단기간에 더 주목을 끈 것은 이 서장이다. 7월 부임한 이 서장은 업소들의 욕조를 떼어 압수하는 등 영업의지를 무력화하는 화끈한 단속을 펴 '장안동 저승사자'란 별칭을 얻었다. 또 업주들의 상납 경찰 리스트 공개 협박 등에도 전혀 굴하지 않는 모습으로 더 신뢰를 얻었다.
경찰 내부에서 황 서장은 수사통, 이 서장은 경비통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옳다고 판단하면 눈치보지 않고 소신껏 밀어붙이는 추진력은 닮은 꼴이라는 게 동료들의 평이다.
황 서장은 "서울에 근무할 때 이 서장과 가끔 소주 한 잔씩 했는데 경찰조직의 자존심과 명예를 중시하는 점이 나와 통하더라"고 말했다. 황 서장이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으로 수사권 독립을 놓고 검찰과 갈등을 빚을 때 이 서장은 격려전화를 하고 성원을 보내준 동지였다.
이 서장은 2006년 경남 거제서장으로 일할 때에도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오락실에 대해 강력한 단속을 벌였다. 프로필은 황 서장이 좀더 저돌적이다.
2006년 9월 이용훈 대법원장의 검찰 비판에 동조하면서 경찰 지휘부가 수사권 독립에 미온적이라고 비판했다가 경찰종합학교 총무과장으로 좌천됐다. 또 지난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때 이택순 전 경찰청장의 사퇴를 주장, 파문을 일으켰고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 '집창촌 막장' 유천동 텍사스촌 탈출女 몸서리
"살찐다고 매일 한끼만 먹게 했어요. 많을 땐 하루 밤새 손님 다섯 명씩 받았지만 업주에게 다 뜯겼어요. 서울 장안동은 여기에 비하면 양반이에요."
최근 대전의 대표적인 홍등가인 '유천동 텍사스촌'을 탈출한 여종업원 A(27)씨는 치를 떨었다. 그는 "하루를 쉬면 100만원, 한시간을 쉬면 30만원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생리 중에는 솜을 넣은 채 몸을 팔아야 했다. 짐승 같은 생활이었다"고 경찰에 토로했다.
역시 지난달 이곳에서 도망친 B(32)씨는 "월 140만원을 받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담뱃값 10만원만 손에 쥐어주었다"며 "감금 당하고 툭하면 업주와 삼촌들이 때려서 시키는 대로 해야 했다"고 말했다. B씨는 탈출 후 건강검진을 받은 결과 평생 집중치료가 요구되는 '저칼륨혈증'이란 병에 걸려 있었다.
유천동 텍사스촌은 전국의 집창촌 가운데서 '막장'으로 불린다. 여종업원에 대한 감금, 폭행, 갈취 등 인권유린이 극심해 제일 마지막에 오는 곳이다.
여종업원들에 따르면 버는 돈은 업주가 강매하는 화장품값, 옷값 등의 명목으로 다 빼앗긴다. '홀복'으로 불리는 옷 한 벌에 수십만원씩 뜯어냈다. 특히 벌금제의 악명이 높다.
손님과의 성관계 시간(25분)을 정해놓고 초과하면 벌금 3만~4만원, 종업원끼리 싸우면 5만원, 방에서 선풍기나 에어컨을 끄지 않고 나오면 1만원 등으로 온갖 트집을 잡아 돈을 갈취한다.
공과금도 있다. 커피, 반찬, 화장지, 콘돔 등 공동으로 쓰는 물품을 구입한다며 바가지를 씌우는 것이다. 여종업원 1인당 월 매출은 1,000만원이 넘지만 모조리 업주의 지갑으로 들어가고 이들의 손에 들어오는 것은 푼돈 뿐이다.
대부분 업소는 여종업원의 탈출을 막기위해 지하나 2층 숙소에 자물쇠를 걸어 가두고 휴대전화를 빼앗아 외부와의 연락도 차단한다.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히면 속칭 삼촌들에게 죽지 않을 정도로 폭행 당한다. 지난달 탈출한 C(24)씨는 "너무 힘들어 4월에 손목을 그어 자살을 기도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탈출한 여종업원들은 감시소홀을 틈타 도망치거나 손님의 휴대전화로 바깥에 구조 메시지를 보냈지만 죽을 각오가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전중부경찰서는 9일 여종업원들을 감금, 폭행하고 성매매를 강요한 혐의로 4개 업소의 업주와 마담,속칭 삼촌 등 8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성매수자 130여명을 불구속입건했다.
황운하 대전 중부서장은 서울 장안동보다 이른 5월부터 유천동 텍사스촌과의 전쟁을 선언하고 구청, 세무서, 소방서 등과 합동 고사작전을 펴오고 있다. 경찰은 전방위 단속과 수사로 67개 업소 가운데 절반 이상이 사실상 휴업에 들어갔고 여종업원도 260여명에서 150여명으로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황 서장은 "유천동 텍사스촌을 한 업소도 남기지 않고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전=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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