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영감보다 축구가 더 좋다니까…."
시골 할머니들이 축구와 바람이 났다. 경남 산청군 생초면 어서리에 자리잡은 축구장. 오후 5시쯤 되자 허름한 복장의 시골 아주머니들이 가방 하나씩을 둘러 메고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화장실로 가서 유니폼을 갈아 입고 나온다. 복장은 축구 선수인데 불룩 나온 배며 뒤뚱뒤뚱 걸음걸이는 축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주인공들은 '생초여성FC'. 그럴듯한 첨단의 팀 명칭을 달았지만 사실은 평균 나이가 60세에 육박하는 '할머니축구단'이다. 유니폼과 축구화, 보호대까지 준비는 프로선수 못지 않다. 문제는 좀처럼 말을 듣지 않는 축구공이다. 구르는 볼을 따라가다 넘어지고 헛발질 연발에 "좀 잘 차라. 니 지금 뭐하는 기고"라며 핀잔을 듣기도 하면서 서로 웃는다.
'생초여성FC'가 창단 된 것은 지난 5월. 이 고장에 인조잔디 축구장이 생기면서 '우리도 좀 놀아보자'며 의기 투합해 결성됐다. 이 지역의 축구 선수 출신인 감독과 코치도 영입해 맹훈련중이다. 이 고장 출신인 박항서 전남 드래곤즈 감독도 선수들의 백 등 물품 지원에 한 몫 했다.
최고령자인 최영의(63)씨는 "아픈 것도 축구 하다 보니 다 날아갔다. 내가 회춘을 하니 이제 늙은 영감(남편)은 싫어 졌고 축구가 더 좋다"고 말할 정도다.
민병훈 감독은 "노인네들이 이렇게 좋은 운동을 왜 일찍 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박승순 면장은 "여성축구단의 활동과 축구장으로 인해 시골 지방이 활기를 띄고 있는 만큼 임기 내에 축구장을 더 늘릴 계획이다"고 밝혔다.
산청=글ㆍ사진 정동철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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