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출한 4조9,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여야가 좀처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로서는 “추석연휴 전에 추경안을 처리하자”며 여야가 합의한 11일 시한이 지켜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는 대목은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편성된 1조2,550억원의 보조금이 적절한가 여부다. 정부 여당은 상반기 유가급등으로 가격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적자를 감수하고 이를 억제했던 만큼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여당은 특히 손실 보전이 없을 경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각각 2.75%, 3.4%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기본적으로는 보조금 정책이 적절치 않다”(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면서도 “현 시점에선 보조금 편성이야말로 직접적인 민생안정대책”(차명진 대변인)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은 보조금 전액 삭감 없이는 추경안 처리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외국인과 민간인의 지분율이 높은 공기업이 적자를 냈다고 해서 곧바로 국민의 혈세를 쏟아부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최인기 예결특위 간사는 “법적인 근거가 없어 형평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고 경영효율화가 필요한 공기업에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며 “지난해까지 수조 원대의 흑자를 냈던 두 기업에겐 정부 지원이 아니라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두 공기업에 대한 지원에 대해 손사래를 치는 것은 추경안이 단기적 경기부양책으로 편성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추경안 중 실질적 민생안정 관련 예산은 5,700억원(11.7%)뿐”이라며 “공기업 지원 몫으로 편성된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대신, 농ㆍ어민과 영세서민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간접자본(SOC)과 해외자원 개발을 위한 예산 편성에 대해 민주당이 전액 삭감을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급성도 없고, 본예산에 반영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보는 것이다. 결론적으로는 정부 제출안에서 2조4,000억원을 삭감하되 민생예산으로 1조원을 증액하자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공기업 지원이나 해외자원 개발, SOC 투자 등이 경제활성화로 이어져 궁극적으로는 서민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란 입장이다. 당연히 원안대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본질적으로는 추경 편성의 근거인 국가재정법의 해석 차이도 상당하다. 민주당은 자연재해와 경기침체, 대량실업 등으로 엄격히 제한된 추경 편성 요건에 위배됐다고 보는 반면, 한나라당은 유가ㆍ환율의 급상승으로 대내ㆍ외 경제여건이 변화한 만큼 추경 편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여야는 유가환급금의 범위와 액수를 두고도 이견을 보였지만 9일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주장한 대로 환급대상을 일용직근로자까지 확대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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