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정권 수립 60주년인 9일 오후 기념행사를 열었으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아 최근 제기됐던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도 오후 9시 열병식을 녹화 방송했으나 김 위원장은 단상에서 보이지 않았고, 권력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만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정권 수립 60주년을 맞아 오후 6시부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기념 행사를 진행했다”며 “하지만 정규군이 아닌 노농적위대 열병식만 하는 방식으로 행사를 축소했고 김정일 위원장도 불참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그 동안 정권 수립이나 인민군 창건 등의 기념일에는 오전에 열병식과 군사 퍼레이드 행사를 하고 오후에는 횃불행진이나 무도회 등 기념 행사를 성대히 열어왔다. 김 위원장은 북한군 최고사령관에 취임한 1991년 이후 지난해 4월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까지 10차례 열병식에 모두 참석했다.
특히 1998년과 2003년 정권수립 50, 55주년 등 5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에는 기념 행사에 꼭 참석했다. 그런데 정권 수립 60주년 행사가 대폭 축소되고 김 위원장이 불참함으로써 신변 이상설이 제기되는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6월 11회, 7월 16회, 8월 13회 등 활발한 외부 활동을 해왔지만 지난달 14일 1319 군부대를 시찰한 이후 한 달 가까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 한 정보위원은 “김 위원장이 최근 수술을 받는 등 건강에 이상이 있어 행사에 참석하지 못할 것이라는 첩보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AP 통신은 9일 미 국무부 관리의 발언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뇌졸중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 정보당국도 최근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뇌졸중 전문의 수 명이 북한을 방문했다는 첩보에 대해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66세인 김 위원장은 당뇨병과 심장병을 앓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심근경색 증세 때문에 독일 의료진으로부터 막힌 동맥을 뚫어 주는 심장 바이패스 시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는 등 건강 악화설이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북한에서 절대 권력을 쥔 김 위원장의 장기 부재는 북한체제 위기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장남 김정남을 지지하는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그룹과 차남 김정철을 지지하는 리제강 리용철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그룹의 암투도 예상된다. 이 경우 북한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건강 이상이 사실로 확인되면 북한 체제 위기론이 부각될 수도 있겠지만 북핵 문제 등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공개 행사에 나타나는 게 부담스러워 참석을 피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