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 사태로 러시아에 대해 심기가 불편해진 미국이 러시아와의 민간 원자력 이용 협정을 연기하는 등 구체적인 보복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도 반미(反美)국가인 베네수엘라와 합동 군사훈련을 할 계획을 세우면서 양국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8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러시아와 맺은 민간 차원의 원자력 이용에 관한 협정의 의회비준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매코맥 대변인은 "이 조치는 러시아의 행동에 대한 깊은 우려에 따른 것"이라고 밝혀 그루지야 사태에 따른 보복 조치임을 내비쳤다.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도 "현재 여건을 감안할 때 협정을 진전시키는 것이 시기적으로 옳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국무부의 발표는 미국의 앞마당인 카리브해에서 러시아가 핵 추진 순양함을 보내 베네수엘라와 합동 해상 훈련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나왔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 조치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러시아는 미국만큼 민간 핵 협력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응수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5월 양국 기업의 상업적 핵 거래와 기술교류를 골자로 한 민간 원자력 이용협정에 서명한 뒤 의회 비준을 기다리고 있다. 의회의 비준이 있으면 양국 기업들은 합작 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
이 협정으로 미국은 러시아에 미국의 시장을 열어주는 대신 이란 핵 포기 압력에 소극적인 러시아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 있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는 이 협정을 통해 미국에 원자로를 수출할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며 "협정 연기는 미국이 그루지야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에 얼마나 강한 불쾌감을 갖고 있는지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그루지야를 침공한 데 이어 친러 성향의 남오세티아와 압하지야 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하자 대응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딕 체니 미 부통령은 이 달 초 우크라이나, 그루지야, 아제르바이잔 등 카프카스 지역 3개국을 직접 방문, 중앙아시아 연대의 틀을 공고히 하는 등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 갈등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NYT는 부시 정부가 민간 원자력 협정을 백지화하지 않고 보류한 점으로 미뤄 "미국이 여전히 러시아와의 우호적 관계를 중요시하고 있다는 "며 "미국 단독으로 경제제재 등 강경책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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