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임동민(28)은 지금 변화의 계절을 맞고 있다. 14세에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난 뒤 독일 하노버 음대와 미국 뉴욕의 매네스 음대까지 이어진 긴 유학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지난달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달 초부터 대구 계명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담은 생애 첫번째 음반(소니BMG)을 내놓으며, 기념 독주회도 연다.
임동민은 2005년 쇼팽 콩쿠르에서 동생 임동혁(24)과 함께 한국인 최초로 입상(공동 3위)해 열풍을 일으키며 젊은 피아니스트의 선두군에 섰다. 하지만 임동민은 그 후 동생과 달리 대중 앞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 그가 "지금 인생이 다른 방향으로 변해가는 시점에 서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업, 경력 등에서 동일한 궤적을 그리며 '동동 브라더스'로 묶여 불렸던 동생과 분리되는 것에 대해서도 "인생이 다르고 원하는 것도 다르니까 좋은 일"이라고 했다.
세계 무대를 바라보던 그가 한국에 돌아온 이유가 궁금했다. "리처드 구드에게 배우기 위해 매네스 음대에 갔는데, 더 이상 제자를 받지 않았어요. 선생님 없이 혼자 공부하다보니 한국에서 안정을 찾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뉴욕에서 보낸 2년간 얻은 것이 적지 않은 모양이었다.
"쇼팽 콩쿠르 때까지는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았어요. 많이 지쳐 있었는데 뉴욕에서는 친구도 만나고 술도 마시고 음악회도 다니면서 삶의 여유를 누렸습니다. 음악적 표현도 좀 더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1996년 청소년 쇼팽 콩쿠르 1위를 시작으로 2000년 비오티 콩쿠르 3위, 2001년 부조니 콩쿠르 3위, 2002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5위 등 세계적 콩쿠르를 두루 거친 그의 10대와 20대는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었다. "무대에 설 기회를 잡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콩쿠르에 집착했다"는 임동민은 "긴 연습의 시간 안에서 늘 외로웠고 늘 좌절했다.
솔직히 피아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까지 털어놨다. 왜 다른 일을 생각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달리 잘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어떻게 원하는 대로만 살 수 있겠냐"고 답했다.
이번 음반은 이런 그의 고민과 상처의 기록이기도 하다. 준비되기 전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음반 녹음을 미뤄왔다는 임동민은 "이제는 나만의 음악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어느 때보다 많이 생각하고 많이 연습했다"고 말했다.
그의 선택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과 23번 '열정', 그리고 31번. "쇼팽 콩쿠르 이후 주로 베토벤을 연습하고 연주했어요. 음악적 특성이 저와 잘 맞아서인지 베토벤을 치면서 심적으로 편안함을 얻습니다.
다음 음반도 아마 베토벤이 될 거예요." 공연은 28일 예술의전당과 31일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린다. 베토벤 소나타들과 리스트 소나타 B단조를 연주한다. (02) 599-5743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