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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칼럼] 감세, 그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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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칼럼] 감세, 그 불편한 진실

입력
2008.09.10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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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취임 후 가장 긴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9월 위기설 시나리오를 시험하는 첫날 외국인들이 한국주식과 채권, 원화를 마구 팔아치우는 '블랙 먼데이' 장세가 펼쳐져서가 아니다. 그는 이날 소득세 법인세는 물론 양도세 상속세 등에 걸쳐 2012년까지 26조원의 세금을 깎아주는 초대형 전방위 감세안을 들고 한나라당 및 국회 보고, 세제발전심의위 의결, 언론설명회 등을 분주하게 오갔다.

가열되는 양극화ㆍ분배 논란

예상대로 반응은 확 갈렸다. 찬성쪽에선 성장과 고용의 하강트렌드를 반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정책수단이라고 환영하면서 오히려 더 과감한 조치가 이뤄지지 못해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아쉬워했다. 반대쪽은 10~20%의 부유층과 대기업을 위한 강부자식 감세이자 실패한 레이거노믹스의 재탕이라며 결국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재정기반만 잠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논란은 앞으로 국회 심의과정에서 뼈와 살을 보강하며 하반기 내내 가열될 것이다.

사실 이번 감세안에는 정부가 감추고 싶은 '불편한' 진실도 있고 반대쪽이 무조건 내치기 어려운 '까칠한' 진실도 있다. 정부가 어떤 말로 포장해도 감세혜택의 대부분이 가진 세력에 돌아간다거나 감세의 투자 및 성장 촉진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은 전자의 걱정이고, 세계가 감세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나 현 상황을 타개할 수단이 감세 외엔 마땅치 않다는 것은 후자의 고민이다.

먼저 불편한 진실을 덮으려는 정부 주변의 논리를 따져보자. 강 장관의 감세 철학은 "심리적, 현실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고세율은 경제를 좋지 않게 하며 인간 심리와 본성을 무시한 정책은 오래가기 힘들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는 세금은 새로운 소득에 부과돼야 하는데 법인세 보유세를 비롯한 현행 세제는 '원본(原本)'을 빼앗는 축소균형적 징벌체계여서 궁극적으로 경제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지금은 감세보다 재정지출을 늘려 소외계층과 부문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적어도 자신이 만나본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조세수단을 추천했다고 공개했다. 아울러 정부가 양도세 등 부동산 관련 세제까지 개편안에 끼워넣은 것은 고용 및 성장 효과가 큰 건설경기를 북돋우지 않고는 경제 살리기는 구호가 허망하다는 다급한 판단의 결과다.

이런 얘기들이 시장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면 정부가 앞세우는 나름의 논리도 있다. 우선 조세의 소득 재분배기능을 앞세워 특정 세제가 어떤 특정 계층에 유리하냐를 따지는 것 자체가 낡은 접근이라고 말한다. 있는 사람의 돈을 거둬 없는 사람에게 나눠준다는 명분은 고결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명분은 실현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결과만 낳는다는 것이다.

또 기업들의 투자 유인효과에 대해서 국내외의 유수한 실증적 연구가 법인세율과 성장의 명백한 상관관계를 이미 입증했다고 내민다. 저ㆍ고소득층 간의 형평성 잣대가 나오면 시대착오라는 굴레를 씌운다. 감세는 글로벌 개방경제의 국제규범이지 분배를 위한 정책수단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굳이 정책수단이라면 그 목표는 성장이다.

까칠한 진실을 꺼리는 쪽은 어떨까. 그들의 무기는 2대 98, 혹은 20대 80의 양극화구도이고 탄약은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의 실패다. 감세가 생산과 소비를 촉진하고 이로써 성장과 고용이 늘면 아래층까지 그 열매가 넘쳐흐른다는 희망의 복음은 신자유주의의 신기루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년 가진 국민의 부담을 크게 가중시키고도 양극화 추세를 고착화한 그들의 목소리는 "불편하지만 새 실험을 해보자"는 목소리를 따라잡지 못한다.

국회에서 균형 있는 결론을

문제는 규제 완화와 함께 엠비노믹스의 두 축을 이루는 감세정책의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추진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다 불편하다.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불안감도 크다. 강 장관의 가장 긴 하루는 끝났지만 이 나라 경제가 가야 할 먼 길은 이제 시작이다. 처지가 바뀌었다고 태도를 바꾸는 싸구려 주장을 벗어나 조세의 형평성에 맞는 균형 있는 논쟁과 결론을 국회에 기대한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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