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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텐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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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텐텐'

입력
2008.09.10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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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고 나면 문득 걷고 싶어질 것이다. 아마도 당신은 훤칠한 메타세쿼이어들이 줄지어 선 가로수길보다도 낯가림이 심한 도심의 골목을 택하게 될 것이다.

어릴 적 부모에게 버림받은 대학 '8학년' 후미야(오다기리 조)는 어느날 입 속에 양말을 밀어넣으며 84만엔을 갚으라는 빚쟁이 후쿠하라(미우라 도모카즈)와 맞닥뜨린다.

"사흘 안에 빚을 갚지 않으면 험한 꼴 당할 것"이라는 후쿠하라의 윽박지름에 후미야의 가슴은 새까매지지만 아무래도 변제는 절대 불가능한 일. 그러나 후쿠하라가 도쿄 산책에 무기한 동행하면 100만엔을 주겠다는 깜짝 제안을 하면서 후미야에게도 실낱 같은 희망이 생긴다.

영화는 두 사람의 기약 없는 전전(轉轉ㆍ이 영화의 한자 제목이다)을 발 삼아 산책하듯 삶의 풍경들을 펼쳐낸다. 둘의 발걸음은 재건축과 재개발에 밀려나는 도쿄의 감춰진 산책 명소들에 닿기도 하고,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도쿄의 인간 군상들과 조우하기도 한다.

사라지는 옛 길에 대한 송가이자 대도시 소시민들의 삶에 대한 은은한 찬가인 셈. 아울러 스크린은 동료와 친구와 가족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늘 그리움에 사무치는 현대 도시인의 고독을 투영한다. 눈물이 배어나고 한숨이 새어나올 듯한 내용이지만 감독은 되려 능청스럽게 미소를 권한다.

일본 영화 마니아가 아니라 할지라도, 오다기리 조라는 이름만으로도 심박 수가 급격히 높아지는 여성 팬이라면 <텐텐> 이 내미는 악수를 거부하기 힘들 듯.

이 영화를 연출한 미키 사토시 감독의 전작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가 준 엉뚱한 웃음과 기이한 감동이 아직도 가슴 밑바닥서 물결 치는 관객이라면 후미야, 후쿠하라와의 '동행'이 후회스럽진 않을 듯 하다. 11일 개봉, 12세 관람가.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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