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효환 지음/서정시학 발행ㆍ286쪽ㆍ1만9,000원
한민족 역사의 시원지, 고구려와 발해의 영토, 장대하고도 분방한 기운이 서린 땅…. 북방(北方) 하면 떠오르는 인상이다. 지리적으로 북방은 압록강ㆍ두만강을 끼고 있는 함경ㆍ평안도 지역과 간도, 만주를 아우르는 공간이다. 북방의 삶과 풍속, 북방에서 느끼는 정서와 의식이 한민족 문학에 독특한 영감을 부여했으리란 가정 하에 1920~40년 한국 근대시에 묘사된 북방 및 북방의식을 살핀 연구서다. 시인이자 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인 곽효환(41)씨가 자신의 박사 학위논문(고려대 국문과)을 다듬어 펴냈다.
곽씨는 김동환, 백석, 이용악이 남긴 '북방시편'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주제에 접근한다. 김동환은 1920년대 한국 최초 서사시로 꼽히는 '국경의 밤'과 시집 <승천하는 청춘> 등에서 북방을 다룬 시 세계를 선보였다. 김동환보다 10년 가량 늦게 태어난 백석ㆍ이용악은 주로 1930년대, 더러는 40년대까지 북방시편을 발표했다. 승천하는>
저자는 3인 모두 '삶의 순수한 원천'이자 '최초의 인간적 삶에 도달하는 공간', 민족 단위의 배타성 아닌 여러 부족이 공존하는 '공동체적 공간'으로 북방을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이들의 북방의식은 서사성 강한 시로 표현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하지만 시인의 인식과 시적 기법을 자세히 살피면 세 사람의 차이가 드러난다. 투박한 남성적 어조를 구사하는 김동환은 시원의 생명력을 지녔지만 제국주의 침탈 등으로 점차 피폐해지는 곳이 북방이라고 인식한다. 이런 까닭에 그의 시는 3인칭 전지적 시점으로 사건을 논평하는 계몽적 태도를 취한다.
이용악은 1930년대 일제의 극심한 수탈로 인해 벌어진 대량의 유이민 사태를 두만강을 중심으로 생생히 그려낸다. 그의 시는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객관성을, 평이한 일상어로 서정성을 유지한다. 관북(함경도) 중심의 두 사람과 달리 백석은 관서(평안도) 지방을 작품 무대로 삼는다. 생동감 있는 관서 방언으로 그 지방의 삶과 풍속을 소박하게 묘사함으로써 그는 북방을 자신이 희구하는 유토피아로 삼는다.
저자는 "그동안 한국 근대문학 속 북방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았다"면서 "월북시인으로 간주돼 오랫동안 문학사적 조명을 받지 못했던 세 사람의 북방시편 연구가 근대시사 연구의 영역을 넓히는데 일조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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