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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똑똑똑! 가을의 노크 소리 "웰컴 투 헤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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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똑똑똑! 가을의 노크 소리 "웰컴 투 헤이리"

입력
2008.09.0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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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는 입구와 출구가 있듯이, 계절이 들고 나는 출입구도 분명 존재합니다. 지겨웠던 여름이 나가고, 그 틈으로 가을이 비집고 들어오는 출입구. 다름아닌 서울의 서북부 지역입니다.

아마도 서울 인근에선 가장 먼저 매미의 역할을 귀뚜라미가 이어받고, 접어올렸던 소매를 서둘러 끌어내리게 만드는 곳이 바로 파주와 문산 지역이 아닐까요. 망향의동산, 제3땅굴의 뉘앙스가 그토록 짙었던 이곳이 언제부터인가 수도권 주민의 문화쉼터, 혹은 놀이마당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습니다.

2003년 모습을 드러낸 헤이리가 씨앗이 되어 퍼진 문화공간들은 파주출판단지, 임진각 주변에 이르러 어느새 성숙 단계에 들어섰죠. 헤이리에선 마침 20일부터 10월 4일까지 '2008 헤이리 판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의 가을축제가 열립니다. 다시 보는 헤이리, 그리고 '서북부'의 매력적인 장소들로 떠나봅니다.

■ 여전히 …ing, 헤이리를 다시 보다

헤이리를 다시 보려면, 헤이리에 대한 오해를 먼저 풀어야겠다. 헤이리는 절대 '놀이동산'이 아니다. 걸어가다 노점상을 만날 수 없을뿐더러, 칭얼대는 아이의 손에 쥐어줄 풍선 파는 할아버지를 마주칠 가능성도 없다. 그저 140세대의 주민이 사는, 크지 않은(15만평) 공동 주거집합체가 헤이리의 본질에 가장 가깝다.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테마공간(딸기가 좋아, 한립토이뮤지엄 등)들이 놀이공원의 성향을 띠지만 이는 헤이리를 이루는 요소 중 아주 작은 부분을 담당할 뿐이다.

대신 헤이리는 가을과 닮은 마을이다. 문 열린 갤러리나 조그마한 박물관, 카페들이 인사를 건네며 어서 들어와 가벼운 주머니로 문화의 질감을 느껴보라고 속삭이는 곳이다. 소통과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어른들의 공간, 여흥보다는 사색과 사교가 어울려서 헤이리는 가을과 닮았다고 말한다.

헤이리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시간이 멈춘 죽어있는 공간이 아니다. 망치질 소리가 그치지 않고 육중한 공사 장비를 실은 트럭이 방문객 사이를 오간다. 종종 헤이리를 찾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는 건물에 놀라는 이유다.

가장 활발하게 건물이 들어서던 2003, 2004년에는 1년 동안 30여 개의 건축물이 올라가기도 했다. 요즘은 경제적인 분위기도 그렇고 해서 성장속도가 좀 줄어 올해 들어 지어진 건물은 10여 개에 그쳤다.

약 1년 후에 오픈할 한국근대사박물관 정도가 또다른 기대감을 갖게 하는 헤이리의 '새 식구'다. 헤이리의 용량은 언제쯤 포화상태에 이를까. 아직 적정 건축물 수의 절반에 도달했을 뿐이란다. 용적률 100%, 건폐율 40%라는 친환경적인 건축 가이드 라인이 있다.

헤이리는 건물 뿐 아니라 녹음도 가지고 있다. 많은 방문객들이 입구의 레스토랑이나 엔터테인먼트 시설에 집중하느라 시야를 넓게 돌리지 못해서 모를 뿐, 카페들 뒷마당이나 갤러리의 사이 사이엔 숲이 의외로 짙다. 헤이리의 모든 상업시설은 20%의 문화공간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한향림갤러리 뒷편의 오솔길 등 매력적인 공간이 풍성하게 숨어있다.

올해 안에 헤이리는 문화지구의 자격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흥시설의 잠식으로부터 제도적으로 보호받으며 지자체 등의 지원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마을버스 노선과 맞바꾼 광역버스 노선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헤이리 주민인 화가 한상구씨는 "헤이리는 배타적이지 않아요. 문이 열려 있는 곳이라면 언제나 들어가 문화와 어울릴 수 있는 곳이죠. 사람들이 몰리는 곳만 가지 말고 집집마다 차분히 감상하세요. 자잘한 흔적을 만나는 재미가 있어요. 그리고 주민과 방문객 모두 헤이리가 변질되지 않도록 지켜주는데 힘을 합쳐야 합니다"고 말한다.

■ 세계민속악기박물관/ 듣고… 보고… 하루가 쏜살같이

헤이리 7번 게이트로 들어와 사거리를 지난 후 왼편에 보인다. 사업가인 박물관장이 자기 돈으로 사 모은 70여개 국의 악기 500여 점이 눈을 잡는다. 지하 전시관 구석에 놓여있는 기다란 통 모양의 악기는 들었다 놓으면 빗소리가 난다. 속에 선인장이 들어있다고 하는데, 꽤나 운치 있다. 미리 신청하면 악기 연주방법도 배울 수 있다.

▲ 카메라타 음악감상실

악기박물관과 이웃한 건물. 방송인 황인용의 집이며 카페이기도 하다. 가을을 연상시키는 나무빛의 인테리어와 고풍스럽고 높은 지붕이 웨스턴 일렉트릭의 스피커와 잘 어울린다. 클래식 LP가 가득한 DJ룸으로 음악을 신청하면 쏟아지는 비를 맞듯이 스테레오에 푹 젖는다. 앙증맞은 연필깎이와 몽당연필이 놓인 테이블이 아날로그 그 자체.

▲ 씨네팰리스

헤이리 3번 출입구로 들어와 만나는 사거리에서 좌회전, 그리고 우회전하면 왼쪽에 보인다. 국내에 단 1장 남은 영화 '로마의 휴일' 포스터, 어른들에?동심을 되돌려주는 세계 명작들의 흔적, 아이들을 흥분시키는 캐릭터 피겨들이 그득하다.

▲ 타임캡슐

4번 출입구로 들어오면 첫번째로 눈에 띈다. 낡은 나무책상과 1970년대의 추억을 박제해 놓은 듯한 소품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

양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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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이리, 20일부터 문화·예술잔치

20일부터 보름 동안 진행되는 '2008 헤이리 판 페스티벌'은 헤이리의 숨은 내공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주민 대부분이 문화 분야에 종사하는 터라 페스티벌도 오락의 수준을 넘어선다.

행사기간 동안 헤이리 곳곳엔 가로 세로 6m 크기의 대형 큐브 10개가 설치된다. 일종의 한시적 예술마을인데, 각각의 번호를 달고 방문객들을 맞는다.

소설가 한유주, 시인 최하연 등이 참가하는 텍스트실험집단 루의 '헌책방'이라는 이름의 공간, 건축가 문훈의 '점집', 그래픽디자이너 최창섭이 꾸리는 '댄스장' 등이 큐브의 내용을 채운다.

주말에는 이들 큐브가 관객 참여의 장으로 확장된다. 작가들의 낭독회, 퀴즈쇼,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참여자에게는 각자에게 가장 알맞는 미래의 집을 보여주는 '건축점'도 쳐준다.

축제가 열리는 매일 헤이리 전역에서는 각종 공연이 펼쳐진다. 첫날인 20일 오후4시에는 에스꼴라 알레그리아, 울림굿, 노리단이 진행하는 길놀이가 페스티벌의 막을 올린다.

21일 오후 7시에는 극단 연극미의 연극 '정조, 이옥에 취하다', 10월 3일 오후 4시에는 코리아 브라스 콰이어의 공연이 열린다.

뮤지션들의 방문도 이어진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오지은, 하림, 고상지 등이 주로 어쿠스틱 음악을 들고 21, 27일과 10월 2, 3, 4일 헤이리를 찾는다.

축제와 별개로 10월 11일에는 '헤이리 오케스트라'의 연주회도 열린다. 헤이리 주민이기도 한 서현석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주축이 된 연주단이다.

양홍주기자

■ 호젓한 풍광서 느긋한 한나절, 자유로 주변의 유혹

산과 계곡이 굴곡을 만들지 못하고 서해를 향해 퍼진 유순한 대지. 서울에서 지척이지만 경기 서북부가 나들이 장소로 선택받지 못하는 이유다. 이곳에선 명승 고적을 기대하기 힘들다.

대신 그런 것을 찾아 온 사람들의 버거운 북적임도 덜하다. 설렁설렁 느긋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호젓함이 여기엔 있다. 한강을 끼고 뻗은 자유로, 문산으로 이어지는 1번 국도, 교외선을 에두르는 39번 국도를 따라 차를 몰다 보면 툭툭 그런 공간과 마주친다. 하루 혹은 반나절, 넉넉한 휴식을 주는 공간을 소개한다.

■ 호젓한 시간 속으로, 자운서원과 화석정

자운서원은 율곡 이이의 위패와 영정을 모신 곳이다. 그러나 기호사림(畿湖士林)의 가파른 정신의 흔적은 예서체 비문 속에나 남아 있다. 1970년대에 성급히 복원한 서원은 넓은 뜰을 가진 공원에 가깝다. 옛 선비의 꼬장꼬장한 맛을 느껴보려 찾았다면 김이 샐 수도. 하지만 타박만 하기엔 이곳의 호젓함도 이제 충분히 나이를 먹었다.

너른 잔디밭에서 따순 볕을 받거나 우람한 느티나무에 기대고 앉아 책을 읽기 그만이다. 조용히 사색하고 싶다면 사당이나 서원 경내로 들어가 섬돌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으면 된다. 아늑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살갗에 와 닿는다. 율곡과 사임당이 묻힌 자운산 자락도 산책하기에 좋은 코스다.

굽이치는 임진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화석정도 율곡과 연이 깊은 곳이다. 벼슬에서 물러난 뒤 시를 짓던 율곡의 사색터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현판이 떡하니 걸려 있다.

임진강을 따라 4차선으로 닦인 새 길 위로 질주하는 자동차의 소음도 이곳의 풍경 중 하나가 돼 버렸다. 그러나 저물녘의 노을을 받은 임진강의 처연함은 예나 지금이나 한 모습이다.

● 자유로 당동 나들목을 나와 적성 방면으로 가는 37번 국도를 타고 가면 화석정을 만난다. 37번 국도에서 갈라지는 316번 지방도로를 따라 법원읍 방향으로 가면 자운서원을 가리키는 표지판을 볼 수 있다.

■ 이국적인 멋을 찾아, 영어마을과 출판단지

유럽의 모던한 도시에 온 듯한 착각이 헤이리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경기 영어마을 파주캠프는 사진을 취미로 가진 젊은이들이 가장 즐겨 찾는 출사지 중 하나가 됐다.

건물과 간판, 거리의 가로등과 공중전화까지 모두 영어를 모국어로 삼는 나라들의 풍경과 꼭 같이 지어져 있다. 풍경은 비록 모사품이지만 하루 정도 그 속에서 만끽하는 이국의 정취는 진품일 수 있을 듯.

파주 출판도시는 심플한 건축미에다 책이 갖는 아날로그 감성이 더해져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수식이 절제된 직선의 공간 속에 출판사들이 모여 있는, 독특하면서도 따스한 장소다.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젊은 작가들의 전시도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다. 도심 대형서점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책의 향취에 젖을 수 있다.

● 서울에서 자유로를 타고 문산 방면으로 가다가 성동 나들목을 나오면 2km 앞에 영어마을 입구가 보인다. 출판도시는 이산포 나들목을 지나 약 7km 정도 가면 우측에 진입로가 보인다.

■ 단풍빛 물드는 곳으로, 감악산과 일영 유원지

감악산은 서울에서 가까운 산 치고는 비교적 깊이가 있고 인파가 적다. 높이는 675m로 그다지 높지 않지만 거친 바위와 곳곳에 숨은 폭포가 백두대간 깊숙이 들어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곳이다.

높이가 30m에 이르는 운계폭포와 서쪽 산자락에 소박하게 자리잡은 범륜사가 등산객들에게 쉬어 갈 핑계거리를 만들어 준다. 한 여름에도 냉기가 도는 산이라 일찍 단풍 소식이 들린다.

일영 유원지는 가까이 있는 장흥이나 송추 유원지에 비해 규모도 작고 덜 알려진 곳이다. 덕분에 요란한 가게도 적고 찾는 사람도 많지 않다. 곡릉천과 도로가 서로 엇갈려 여러번 교차하는데, 깊이 들어갈수록 조용하고 호젓한 개울가 풍경이 나타난다. 구파발에서 차로 겨우 10여분 거리에 있는 곳이지만, 가을이면 꽤 붉고 풍성한 단풍을 보여준다.

● 감악산은 1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문산에서 37번 국도로 접어든 뒤, 적성에서 322번 지방도를 이용하면 된다. 일영 유원지는 구파발에서 장흥 방향으로 난 349번 도로를 타고 가면 오른쪽에 진입도로 표지판이 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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