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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고이케 유리코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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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고이케 유리코의 도전

입력
2008.09.08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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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미국 미네소타 주에서 열렸던 공화당 전당대회의 화제 중심은 부통령 후보였다. 3일 부통령 후보 수락연설과 함께 대통령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짝을 이룬 새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는 44세의 젊은 나이에 정치 신인이며 게다가 여성이다.

미국에서 부통령 후보에 여성이 지명된 것은 1984년 민주당의 제럴딘 페라로 이후 두 번째이다. 공화당의 후보 지명은 처음이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한다면 대통령 매케인보다 첫 여성 부통령 페일린의 공이 더 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첫 여성총리 될는지

대학 시절 알래스카주의 한 도시 미인대회에서 2등을 해 패션지 <보그> 에까지 소개된 미모에다 TV 스포츠 리포터 경험이 묻어나는 유창한 화술, 일에서도 가정에서도 넘치는 에너지와 관행과 불의를 거부하는 개혁 이미지가 대단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의 사임으로 총재 선거전에 돌입한 일본에서도 한 여성 정치인의 출사표가 화제다. 일본 첫 여성 방위성 장관을 지낸 56세의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의원이다.

고이케 의원은 집권 보수당의 총재 후보로 나서 첫 여성 총리를 노린다는 점은 물론이고 미모에 화술, 평범하지 않은 이력 등이 페일린을 닮았다. 대학 재학 중 가족과 함께 이집트로 옮겨 카이로대학을 졸업한 뒤 아랍어 통역, 강사로 지내다 20대 후반부터 일본 TV의 시사ㆍ정보프로그램 캐스터를 맡는 등 10여년 방송 진행자로 활동하며 얼굴을 알린 그는 1992년 참의원 의원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중의원으로 옮겨 신진당, 자유당, 보수당을 전전한 뒤 2002년 자민당에 입당한 그는 2005년 우정국 민영화에 자민당 의원들까지 반발하고 나서자 고이즈미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한 후 치른 총선에서 반 고이즈미파 제거를 위한 자객 1호를 자처했다. 정치뿐 아니라 인생 자체를 저돌적으로 살아가는 모습, 방송 진행에서 갈고 닦은 유창한 화법이 늘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정권 교체를 노리는 민주당도 아소 다로(麻生太郞) 자민당 간사장보다 고이케 의원을 더 어려운 경쟁 상대로 보는 눈치다.

일본 정계에서 여성 정치인의 활약은 그 동안 사회민주당이 독보적이었다. 선구적인 존재가 올해 팔순인 도이 다카코 전 의원이다. 86년 사회당 중앙집행위원장에 취임해 일본 헌정 사상 첫 여성 당 대표가 된 그는 89년 여소야대 참의원의 첫 여성 총리 후보로 지명됐으며 93년에 최초의 여성 중의원 의장을 지냈다.

일본의 군비 확장과 자위대 해외 진출에 반대하는 평화주의자인 그의 뒤를 이어 사민당 대표를 맡고 있는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穗) 당수 역시 변호사 시절 아시아태평양전쟁 한국인 희생자 보상청구사건을 맡았으며 군위안부 피해자 구제에 애써온 여성이다.

평화주의 여성정치의 퇴보

고이케 의원의 경우는 성향이 정반대다. 그는 역사 왜곡에 앞장서는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지원하는 '역사교과서문제를 생각하는 모임'과 대북 강경파 의원들이 만든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을 조기에 구출하기 위해 행동하는 의원 연맹'의 일원이다. 마이니치(每日)신문 설문조사에 일본의 핵무장과 관련해 "국제정세에 따라서는 검토해야만 한다"고 답한 적도 있다.

총리가 될지 어떨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고이케 의원의 등장은 일본의 여성 정치인들이 보여준 대외평화주의 활동의 퇴보인 것만은 분명하다.

김범수 도쿄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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