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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에세이/ 정직이야말로 소통의 최고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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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에세이/ 정직이야말로 소통의 최고기술

입력
2008.09.0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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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술사를 바꾼 '아비뇽의 아가씨들(1907)'은 파블로 피카소가 1906년 크로카데로 박물관에서 본 아프리카 무명작가들의 조각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작품이다. 그는 회고에서'아프리카 미술의 미학과 논리는 나에게 함께 사고(think)할 공간을 열어줬고, 나를 대신해 사고했다'고 말했다.

미술작품과 그림 그리는 행위를 바라보는 시각, 나아가 미술에 대한 관객의 참여를 바라보는 관점까지 바꿔놓은 이 작품은 단순히 피카소 개인의 천재성에서 나왔다기보다 아프리카 조각작품과의 접속, 즉 소통으로 탄생한 것이다.

최근'소통'만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말이 없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일 테지만, 정작 어떤 소통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덜한 것 같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최적의 소통은 무엇일까? 아마도 피카소가 느낀 것처럼 아무 말 없이 바라보기만 해도 뜻이 통하는 상태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정신분석학 박사 하지현 교수는 그의 저서 '소통의 기술'에서 핑퐁의 법칙을 주문한다. 탁구를 잘 치는 사람들끼리 시합하는 것을 보면 공이 튀기는 '핑, 퐁'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소통에서도 이런 핑퐁의 오고 감을 오래 지속해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한 오고 감이 쌓여야 흐름이 이뤄지고 그 흐름은 상대와 내가 만들어가는 리듬으로 발전한다.

또 말하는 습관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사람들이 즐겨 쓰는 말 중 하나가 "내 그럴 줄 알았어", "그런 것도 몰라, 이것도 못해", "도대체 왜 그랬어"이다. 자신도 모르게 무심코 사용하거나, 어떤 말을 들었을 때 조건반사적으로 내뱉는 말투인데, 상대의 됨됨이를 단정하거나, 깎아내리고, 자존심을 건드리기 때문에 소통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코 후비는 것, 손톱을 깨무는 행동만이 나쁜 습관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으로 통하는 한국적 소통도 빼놓을 수 없다. 정은 하나를 줬다고 해서 하나를 받고자 하지 않는다. 계산이 필요없고 양으로 측정할 수도 없다. 김치가 익듯, 옷에 물감이 배듯 자연스럽게 드는 정은 '나'와 '너'가 '우리'로 즉, 가족으로 연결됐음을 의미한다. 떡을 나눠 먹는 이웃사촌이나, 시골에서 어르신들에게 우편물뿐 아니라 먹을거리와 약품을 사다주며 아들노릇을 하는 집배원을 보면 정이 얼마나 가슴을 저미게 하는지 새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원칙을 잘 지킨다고 해도 정직하지 않다면 불통이다. 덧칠과 가면은 한순간의 소통을 가져올 수는 있어도 지속적인 소통에는 걸림돌이 된다. 부끄러운 것은 부끄러운 대로, 약점은 약점대로 부정하지 말아야 한다. 정직이야말로 소통의 기술 중 최고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가섭이 석가의 마음을 혼자서만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은 오랫동안 그를 존경하고 이해하려 애썼기 때문이다.

그의 미소만 기억해 염화미소(拈華微笑)를 동상이몽(同床異夢)하는 우를 범해서는 절대 소통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지식경제부 정경원 우정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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