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핵 진입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지만, 시장의 공포감은 현저히 사라졌다. 애초부터 태풍이 아니었을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태풍의 위력이 급격히 감소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시장 일각에선 “일단 눈으로 확인해봐야 겠다”니, 외국인 보유 채권 만기일인 9일과 10일은 지나봐야 ‘9월 위기설’의 진상이 최종 확인될 모양이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9월 위기는 없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금융시장 불안,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이제 위기설에 묻혔던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병을 하나 둘 치유해 나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제 전문가 7명으로부터 ‘9월 위기설 이후 한국 경제’를 들어봤다.
● 금융시장 불안은 지속된다
예상했던 대로 설문에 응한 전문가 전원(미응답자 1명 제외)은 “9월 위기설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외국인이 모두 군집 행동을 할 정도로 한국 경제가 나쁘지는 않다”(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알려진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 “설사 현실화해도 회수 채권 규모가 충격을 줄만한 수준은 아니다”(신용상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실장) 등의 이유다.
하지만, “(채권 만기일이 끝나는) 11일 이후면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정부의 장밋빛 전망에는 대부분 고개를 내저었다. “위기가 없다”는 확인이 이뤄진다 해도 글로벌 신용경색이 지속되는 한, 국내 금융시장 불안이 쉽게 해소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연태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세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위기설이 진정된다고 금융시장이 갑자기 반전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고, 이상재 부장은 “미국 신용경색이 세계경제 침체로 전이되는 상황인 만큼 9월이 아니라도 국내외 금리 차이를 노리고 들어온 외국인들의 투자금 유출 현상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광두 서강대 교수는 “앞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외국인들의 증시 투자 자금”이라며 “만약 이후에도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팔고 나갈 경우 외환시장에 큰 불안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가계 부채, 부동산 대출 부실에 대처해야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될 거라는 건 단지 외부 요인 탓만은 아니다. 우리 경제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향후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난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전문가들의 답은 제각각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헤치고 나아가야 할 숙제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는 방증이다.
당장 우려되는 건 가구 당 4,000만원이 넘는 가계 부채, 그리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부동산 대출 부실화 가능성이다. 김광두 교수는 “가계 부채와 PF 대출이 금융시장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이라며 “파생금융상품이 발달되지 않아서 미국이나 일본처럼 복잡하지는 않지만, 잘 관리되지 않으면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동현 국민은행경제연구소장은 “미분양 아파트가 공식 통계의 2, 3배에 달한다는 지적이 있다. 건설사들이 줄도산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고, 신용상 실장도 “가계 부채는 연체율이 계속 높아지는 것이 우려스럽고, 중소 건설사 부실 문제에 대해서도 빨리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시적으로는 경상수지 적자와 물가 불안, 그리고 내수 침체를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은 전문가들이 많았다. 윤창현 교수는 “경상수지 방어에 최우선으로 나서서 외환 분야 위기 국면을 차단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꼽았고,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지금까지는 내수만 안 좋았지만, 이제 물가 불안에 더해 경기 하강 우려까지 커지고 있어 하반기에는 수출 둔화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총체적인 경제적 어려움 탓에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거라고 전망했다.
이들이 정부에 주문한 해법은 역시 신뢰 회복이었다. “정책의 일관성을 회복해 시장이 신뢰를 갖도록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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