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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취업박람회 찾은 지방대 출신 최씨/ "대학 이름만 빼면 취업 자신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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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취업박람회 찾은 지방대 출신 최씨/ "대학 이름만 빼면 취업 자신있는데… "

입력
2008.09.0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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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130여개 기업이 참가한 가운데 취업 박람회가 한창인 서울 신촌의 연세대 캠퍼스 공학관 강당. 한 금융기관 부스에 몰린 이 학교 학생 30여명 사이에서 지방대 출신 최모(30)씨가 열심히 취업관련 책자를 챙기고, 채용 담당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올 2월 지방 H대 영문과를 졸업한 최씨는 "우리 같은 '지잡대'(지방 잡대학의 줄임말)에서는 이렇게 많은 대기업이 참가하는 박람회가 열리지 않는다. 남의 잔치이지만, 정보를 얻으려면 서울지역 주요 대학 취업 박람회에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취업 박람회를 둘러본 최씨는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우리는 서류전형 통과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인데, 기업 인사담당자가 이 학교 출신들에게는 '면접만 보면 된다'고 말하는 걸 보고 너무 부러웠습니다." 실제로 이날 한 정보기술(IT) 업체 부스를 찾은 연세대생 김모(28)씨는 "박람회에서 상담한 뒤 나중에 면접만 보고 취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수도권 주요대학 출신에 비해, 불리한 처지지만 최모씨는 "실력으로 겨루면 자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이름만 빼고는 학업 성적, 영어실력, 봉사활동 등 모든 면에서 꿀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학점은 4.5 만점에 4.05, 토익 935점, 학습장애 아동을 돕는 봉사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했고, 요즘 기업이 요구하는 다양한 사회활동 경력을 위해 3학년 때인 2006년에는 대학생 국제영화제에도 참가했다.

그는 대학 졸업반이던 지난해 가을에 경험한 '13전 13패'의 쓴맛을 되풀이 않기 위해 더 철저히 준비했다. 원서를 낸 13개 업체 중 단 한 곳도 서류전형을 통과하지 못했는데, 그동안 최대한 많은 자격증을 따내 일단 서류전형을 통과하는데 목표를 뒀다는 것이다.

최씨는 아침 6시에 일어나 정확히 오전 7시면 도서관에 도착, 저녁 8시까지 공부에 매달린 덕에 금융기관 취업 때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증권투자상담사, 은행FP, 선물거래상담사 자격증을 땄다. 그는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 최근 한자능력 2급 자격증도 받았다"며 "서류전형을 통과해 면접에만 올라간다면 최종 합격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그이지만, 부모님만 생각하면 죄인이 된다. 그는 "졸업 후 6개월간 백수로 지내면서 각종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비로 쓴 돈만 수백만원"이라며 "최근 인터넷 취업카페에서 한 달 수강료 80만원에 금융기관 면접요령을 알려주는 이른바 '용한 학원'에 관한 글을 읽고 솔깃했지만 더 이상 손을 벌릴 수 없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박람회장을 둘러본 뒤 다시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숱한 실패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실력으로 겨루면 자신 있다"고 당차게 말하는 이 청년의 얼굴에 웃음꽃이 필 날은 언제일까.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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