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초중학생용 저출산ㆍ고령화 대비 교과서를 내놓았다. 어릴 때부터 결혼ㆍ출산의 고귀함을 일깨우고 다른 피부색, 다른 세대와 더불어 사는 것의 중요함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3일 저출산ㆍ고령화 대비 인구교육 교과서 <함께 만드는 세상> 을 이번 2학기부터 전국 초중학교에 배포해 사용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부가 <제삿날 절 못하는 엄마> 등 잘못된 성(性) 역할을 조장하는 기존 교과서 삽화를 바꾼 적은 있지만, 교과서까지 만들어 출산ㆍ인구 교육에 나서기는 처음이다. 제삿날> 함께>
교과서는 ‘단일민족, 우리의 자랑거리인가’라며 과거 한국인의 최대 자부심이었던 순혈주의(純血主義)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중학교 교과서는 ‘우리는 이미 다른 민족의 피가 많이 섞여 있고, 귀화 외국인도 많기 때문에 순수한 단일민족이라고 할 수 없다’는 논리와 ‘우리는 반만년 언어와 사고방식이 비슷한 단일민족’이라는 상반된 주장을 보여주며 토론을 유도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도 “난 사랑하는 사람이면 외국인과 결혼하는 것도 괜찮다”는 한 어린이의 주장을 함께 생각해볼 과제로 제시했다. 교과서를 집필한 차우규 교원대 교수는 “2007학년 사회 교과서까지도 단일민족의 우수성만 강조했다”며 “인구가 줄고, 세계화가 가속화하면서 순혈주의가 국가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교과서는 출산과 결혼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사고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중학교 교과서 ‘생명존중’편은 착상에서부터 태아가 자라는 전 과정을 설명하고, 낙태 찬반을 토론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또 ‘무자녀로 노인이 된 사람은 다른 사람이 기른 젊은 세대로부터 부양을 받기 때문에 무임승차자다’는 주장을 보여주면서 ‘출산이 사적인 영역인지, 공적인 영역인지‘를 토론과제로 제시했다.
출산이 권리인 동시에 의무라는 암시다. ‘결혼관’편에서는 ‘배우자 선택에 있어 부모보다 당사자 의견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하며 ‘결혼은 선택인가, 필수인가’(중학교), ‘결혼의 필요성에 대한 생각이 감소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초등학교)라고 묻고 있다.
교과서는 이어 미리 노후를 대비하고, 고령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학교 교과서는 국민 10명 가운데 3명이 노후준비를 못하고 있다는 자료를 보여주면서‘노후 준비는 언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를 토론과제로 제시했다. 또 ‘고령자의 역할이 많아지고 있다’며 ‘고령자 일자리 창출이 청년실업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는지’ 토론해 볼 것을 요구했다. 초등 교과서 역시 ‘젊어서 인생 설계를 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고령자 인생이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생각해 볼 것을 주문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어릴 때부터 출산, 결혼, 외국인, 노후대비 등에 대해 적극적인 사고를 갖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일선 학교에서 재량활동시간 교재, 사회수업 부교재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병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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