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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금 없고 주가 폭락 직장인 귀향 포기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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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금 없고 주가 폭락 직장인 귀향 포기 속출

입력
2008.09.0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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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천호동에 사는 직장인 남궁모(28ㆍ여)씨는 올 추석에 고향인 전북 부안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닷새였던 추석 연휴가 올해는 주말을 낀 사흘에 불과한데다 통상 월급의 50%인 추석 상여금이 올해는 한 푼도 나오지 않는다고 해 부모님께 용돈만 부치고 자취방에서 혼자 명절을 나기로 했다.

# 주부 이모(58ㆍ경기 남양주)씨도 다가오는 추석이 반갑지 않다. 1년 전 남편의 퇴직금 1억원을 중국펀드에 투자했다가 올 6월까지 3,500만원을 날린 뒤 남은 돈을 주식투자로 돌렸는데 주가 폭락으로 1,000만원밖에 남지 않았다. 얼마 전 식당 일을 시작했다는 이씨는 "한 푼이라도 더 벌려면 추석 때도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침체,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주가 폭락 등으로 서민들의 한숨과 주름살이 깊어지면서, 추석 분위기가 완전히 실종됐다. 한데 어울려 나누고 베푸는 넉넉한 한가위는커녕 민심이 흉흉하기만 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덕담이 아닌, 악담이 될 지경"이라는 탄식마저 나온다.

넉넉지 못한 주머니 사정 탓에 귀향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최근 한국전화번호부에서 서울 지역 자영업자 7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6명꼴로 추석 연휴에 서울에 남겠다고 답했다.

'연휴 기간에 계속 문을 열겠다'는 응답자도 60명에 달했다. 월급쟁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회사원 허모(33)씨는 "연휴가 짧아 귀향, 귀성길 모두 고생길이 될 게 뻔하고 기름값, 선물값 등도 부담이 돼 '안 움직이는 게 남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재래시장 상인들도 추석 대목을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 남대문시장에서 40년 동안 속옷 장사를 해온 박모(63ㆍ여)씨는 "예년 같으면 추석 보름 전부터 아르바이트생 3명을 쓸 정도로 장사가 잘 됐는데 지금은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며 한숨 지었다.

여행업계도 울상이다. 업계는 올 추석 연휴 기간 해외 여행객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전후 이 여행사를 통해 해외로 나간 여행객이 2만9,400여명이었는데,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해외여행 예약자는 1만여명으로 줄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실제 출국하는 사람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추석 분위기는 실종됐지만 그나마 연휴가 짧은 것에 위안을 삼는 이들도 있다. 귀향을 포기한 이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치과ㆍ성형외과 의원이나 대학가 음식점, 호프집 등 자영업자들이다.

치과의사 오모(32ㆍ인천 부평구)씨는 "지난해는 추석 연휴가 길어 손님이 거의 없었는데 올해는 예약자가 꽤 있다"고 귀뜸했다. 신촌의 한 호프집 주인은 "귀향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보여 연휴기간 내내 문을 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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